폴란드·크로아티아·리투아니아 등 중동부 유럽 12개국은 2016년 8월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에서 ‘3개 바다 이니셔티브(Three Seas Initiative·3SI)’를 결성했다. 유럽의 3개 바다(발트해·흑해·아드리아해) 사이에 위치한 12개국이 힘을 모아 경제성장을 이루고 안보를 강화하자는 취지에서다. 이들 국가는 대부분 과거 ‘철의 장막’이라 불리던 소련의 위성국들로 냉전 해체 이후에도 국가 간 연결이 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발전이 한참 느렸다. 도로·철도·전력망 등을 연결해 경제성장을 구가하던 서유럽과의 격차도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3SI 12개국은 이에 대한 반성으로 에너지·교통·디지털 인프라를 공동 개발해 투자를 촉진함으로써 성장을 촉진하고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기로 했다. 인프라 구축을 위한 자금 조달에도 합의해 3SI 기금도 설립했다. 미국과 독일도 옵서버 자격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런 노력 덕택에 유럽연합(EU) 국내총생산(GDP)에서 3SI 국가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 15.2%에서 2018년 19.1%로 높아졌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최근 “가까운 장래에 3SI 국가의 생활수준은 서유럽을 넘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3SI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 3SI 참여국은 러시아와 벨라루스를 제외한 동유럽을 연결하는 ‘교통 장막’을 친다는 구상을 추진 중이다. 이 구상이 현실화되면 러시아는 북쪽으로는 발트해, 서쪽으로는 육상 도로와 철도, 남쪽으로는 흑해 교통로가 단절돼 유럽의 외톨이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
3SI 국가들은 우리나라에도 손을 내밀고 있다. 안제이 아담치크 폴란드 인프라부 장관은 23일 바르샤바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만나 3SI에 대한 관심을 요청했다. 미국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도 최근 ‘70년간 변함없는 한미 동맹 그 후 다음 단계로 가야 할 시간’ 보고서에서 3SI에 대한 한국 참여를 권장했다. 3SI의 인프라 구축에 참여함으로써 경제 영토를 넓히고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는 만큼 적극적인 협력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다.
<김능현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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