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기로 읽는 세상
▶ 보잉 T-7A, 기체결함으로 위기…T-50 글로벌 물량 석권 가능성
군용항공기, 32년 만의 기적
K방산의 질주가 매섭다. 요원지화라고 표현해도 될 기세를 보이고 있는 한국 방위산업은 최근 항공기 분야에서 여러 호재가 쏟아지며 그 불길을 더욱 키워가고 있다. 폴란드와 말레이시아에 FA-50을 수출한 데 이어, 세계 최대의 무기 시장인 미국에서도 FA-50 기반 기체인 T-50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T-50 미국 진출의 꿈은 지난 2018년, 미 공군 차세대 훈련기 사업(T-X)에서 보잉이 승리를 거머쥐면서 좌절로 끝났었다. 197억 달러 규모의 T-X 사업에 보잉은 반값도 안 되는 92억 달러를 써내면서 덤으로 124대의 훈련기와 120대의 시뮬레이터를 주겠다고 제안했다. 당시 보잉은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3D 프린팅 기술 등 4차 산업혁명 기술로 혁신을 구현했다며 미래 훈련기 시장과 이를 바탕으로 한 경전투기 시장을 석권하겠다고 큰소리쳤다. 보잉의 그러한 선언이 있고 5년이 흘렀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T-7A는 미 공군에 대량 배치가 진행되고 있어야 정상이지만, 아직 보잉은 시제기도 완전히 만들지 못했다. 초기 전력화 일정은 차일피일 밀려 계약서에 명시된 일정보다 3년 이상 늦은 2027년이 거론되고 있다. 물론 2027년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신형 훈련기 도입이 늦어지면서 미 공군은 울분을 토하고 있다. 현재 미 공군은 1961년부터 1972년 사이에 생산된 T-38 훈련기를 쓰고 있다. 노후화가 극심해 우리나라에서도 낡은 전투기로 질타를 받다가 퇴역한 F-5A의 원형인 그 기종이다. 기체가 너무 낡아 비행 가능한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고, 이 때문에 미 공군은 심각한 조종사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지난 4월 말, 미 공군참모차장이 의회에 나가 낡은 훈련기 때문에 조종사 양성 기간이 최대 4년으로 늘어났고, 유지보수·안전관리 비용이 폭증하고 있다며 신형 훈련기 전력화 지연 문제를 성토했다.
미 공군의 성토가 나온 직후인 지난 5월 중순, 미 회계감사원(GAO)이 T-7A 도입 사업을 감사한 뒤 작성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GAO는 이 사업에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했으며, 이로 인해 사업 일정이 추가 지연되고 비용 역시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잉이 혁신의 상징으로 선전했던 T-7A는 결함덩어리였다. 일정 각도 이상으로 상승하거나 하강하면 기체가 전복되거나 요동치는 ‘윙 락(Wing rock)’ 현상이 확인됐다. 이는 추락으로 직결될 수 있는 중대 결함이고 전면 재설계가 불가피한 문제였다. 여기에 탈출 시스템 결함도 더해졌다.
T-7A는 탈출 시스템을 작동시키면 조종사가 뇌진탕·파편상·추락사 중 하나로 죽을 확률이 매우 높았다. 업체는 소프트웨어 개선으로 금방 해결 가능하다고 주장했지만, GAO는 이 문제 해결에 최소 2년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이미 납기 지연이 발생한 상황에서 추가 납기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미 공군의 인내심은 바닥을 쳤고, 보잉은 이미 11억4,000만 달러의 손해를 기록하고 있다. 누가 먼저 계약을 파기할지 이제 시간문제라는 말이다.
T-7A가 시장에서 사라지면 이제 한국산 T-50과 유럽산 M-346만 남는다. M-346은 그 기반 설계가 러시아제 YAK-130이고, 성능도 떨어져서 T-X 사업 때 가장 먼저 탈락한 기종이다. 남은 것은 이제 T-50뿐이다.
현재 KAI는 록히드마틴과 함께 280~400대 규모의 미 공군 고등전술훈련기 사업(ATT)에 참여 중이다. T-7A가 퇴출돼 그 물량을 ATT가 흡수하고, 수주가 유력한 해군 훈련기(UJTS)·가상적기(TSA) 사업 물량까지 포함하면 T-50 수출 물량은 1,100여 대에 육박하게 된다. 미군이 채택하면 주요 우방국들도 앞을 다투어 구매하는 효과도 보게 될 것이니 이제 T-50이 ‘글로벌 스탠더드’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1991년 최초의 군용 항공기 KT-1을 날린 지 32년 만에 세계 시장 제패를 눈앞에 두고 있는 대한민국의 군용 항공기 산업, 기적은 이럴 때 쓰는 단어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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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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