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인 등 3개 주 민사 소멸시효 폐지, 오래전 당했던 성범죄 소송 가능
▶ 교회·여름캠프 등 피해 쏟아져… 형사 처벌 공소시효는 아직 논란 중
올해 64세인 앤 앨런은 1960년대 미국 메인주(州) 포틀랜드 가톨릭 교구에서 성당을 다녔다. 그는 역동적인 신부가 이끄는 교회와 방과후 사교 모임에 가는 것을 좋아했다. 친구들과 킥킥거리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모임은 항상 숨바꼭질 게임으로 끝났다.
그러나 이상한 일이 있었다. 로렌스 사바티노 신부는 매주 한 명의 소녀를 골라 함께 숨었다. 앨런의 차례가 됐을 때 그는 포틀랜드 성베드로 성당의 쉬는 공간에서 성폭행을 당했다. 앨런은 그때 겨우 일곱 살이었다.
“그 지하실에서 어떻게 나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고, 앞으로도 기억이 나지 않을 것 같아요. 하지만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이 나요. 냄새도, 소리도.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 무슨 행동을 했는지도 기억합니다.” 앨런은 9일(현지시간) 공개된 미국 AP통신 인터뷰에서 이렇게 털어놓았다.
앨런은 지난해 포틀랜드 교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20여 명 중 한 명이다. 50년도 더 지난 아동 성폭행 사건은 과거라면 수사나 처벌 대상이 되지 못했다. 다행히 메인을 비롯한 각 주에서 아동 대상 성범죄 민사소송 소멸시효 폐지 법안이 추진되면서 수십 년 전 잘못에 대한 단죄가 이뤄지고 있다. 정의는 지연됐지만 멈추지는 않았다.
성폭력 범죄의 경우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공개하고 가해자를 처벌해 달라고 요구하기로 결심하고 법적 절차를 밟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는 편이다. 청소년기 성폭력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공개하는 평균 나이가 52세라는 미국 내 조사 결과도 있었다. 결국 수십 년 만에 단죄 결심을 하더라도 소멸 시효의 벽에 가로막히기 일쑤였다.
버몬트주가 2019년 처음으로 아동 성범죄 민사소송 소멸시효를 폐지한 데 이어 2021년 메인, 올해 메릴랜드주가 뒤를 이었다. 미시간, 로드아일랜드, 매사추세츠주는 주의회 회기가 끝나기 전 입법을 완료할 준비가 돼 있다.
뉴욕과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아동을 상대로 한 성 학대 소송에 대한 시효를 일정 기간 동안 없앴다. 그 결과 2019년 뉴욕주에서 2년간 아동 성폭력 사건 소멸시효가 유예됐을 때 약 1만 건의 소송이 제기됐다.
AP는 “전국적으로 이러한 소송은 소아성애를 조장하거나 잘못을 눈감아 준 혐의를 받는 교회(성당), 여름캠프, 스카우트 단체 및 기타 기관을 대상으로 제기됐다”라고 전했다.
미국 연방의회도 지난해 9월 ‘아동 성범죄 피해자 사법적 제약 제거에 관한 법’을 통과시켰다. 아동 대상 성범죄는 물론 강제노동, 인신매매, 성매매, 아동포르노 관련 범죄 행위 피해자는 모두 금전적 구제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다만 형법상 처벌까지 가능한 공소시효를 어떻게 할지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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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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