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이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에 빠졌다. 비구이위안은 매출 기준 지난해 중국 부동산 업체 중 1위였고 올해 상반기에도 5위를 기록했다. 비구이위안 채권 11종의 거래가 14일 모두 중단됐다. 비구이위안의 부채는 1조 4,300억 위안(약 261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부동산 업체인 헝다그룹·완다그룹에 이어 비구이위안까지 잇따라 부실에 빠지면서 중국은 도미노 디폴트 위기에 처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국유 부동산 개발업체인 위안양그룹(시노오션)도 이날 달러 표시 채권 이자를 지급하지 못했다.
중국 부동산 업체들의 연쇄 위기는 중국 정부가 그동안 억눌러왔던 부채 문제를 폭발시키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누적된 부채가 임계점을 지나 자산 가치가 추락하면 금융 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진다는 ‘민스키 모멘트’라는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지출을 확대한 데다 국내총생산(GDP)의 25%가량을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까지 무너지면서 지방정부의 재정 상태가 극도로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윈난성의 몇몇 소도시들은 공무원 월급을 6개월 이상 체불하기도 했다. 중국 지방정부는 토지 사용권 매각으로 재정의 40%가량을 벌어들이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위기는 지방정부 재정 악화뿐 아니라 채권자인 은행의 건전성 훼손과 가계부채 부담을 가중시키면서 중국 경제를 장기 침체로 몰고 갈 수 있다.
중국 정부는 꺼져가는 성장 엔진을 되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 ‘집은 살기 위한 것이지 투기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는 정책 기조를 폐기했고 외자 기업 투자 유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중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청년 실업률까지 치솟으면서 디플레이션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시한폭탄’과 같은 중국의 부채 문제는 대중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심각한 악재가 될 수 있다. 중국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최악의 ‘차이나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할 때다.
<김능현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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