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직 “한국이 미국보다 먼저 인도 요청한 점 고려했어야”
▶ 현직, 전직 법무장관과 권씨 ‘물밑 거래’ 의혹 제기
몬테네그로 법원이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를 미국에 인도하기로 결정한 것을 두고 몬테네그로 전현직 법무부 장관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23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일간지 비예스티와 포베다에 따르면 마르코 코바치 전 법무부 장관은 전날 한국 법무부가 미국보다 먼저 권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코바치 전 장관은 "법원의 결정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는 없다"면서도 "절차의 중요성과 이를 둘러싼 모든 상황, 그리고 그 절차가 주로 제 임기 동안 지속됐다는 사실을 고려해 한국이 권도형 인도 요청을 먼저 제출했다는 점을 지적한다"고 말했다.
그는 권씨의 범죄인 인도 재판이 한창이던 지난해 10월 말 교체됐다.
그러면서 "여러 나라가 동시에 인도를 요청할 땐 범죄의 심각성, 범죄 장소, 범죄인 인도 청구 순서, 범죄인 국적, 다른 국가로의 추가 인도 가능성 및 기타 상황을 고려한다"고 덧붙였다.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지난 21일 권씨에 대해 미국으로 인도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은 기각했다.
권씨 측은 한국보다 중형이 예상되는 미국 인도를 법원이 결정하자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항소법원의 결정에 따라 인도국이 바뀔 가능성이 남은 상황에서 코바치 전 장관의 발언은 항소법원 재판부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
그러자 안드레이 밀로비치 현 법무부 장관이 즉각 반격했다.
밀로비치 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코바치 전 장관이 권도형에게 미국으로 인도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기 때문에 긴장하고 있다"며 "나는 그의 초조함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밀로비치 장관은 지난해 6월 몬테네그로 총선을 앞두고 불거진 권씨의 자필 편지 파문을 거론하며 권씨와 코바치 전 장관의 '물밑 거래'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권씨는 총선을 불과 며칠 앞둔 시점에서 야당인 '지금 유럽'의 밀로코 스파이치 대표와 2018년부터 인연을 맺었으며, 그에게 정치 자금을 후원했다는 내용이 담긴 자필 편지를 드라탄 아바조비치 총리와 코바치 장관, 특별검사실에 보내 큰 정치적 파장을 낳았다.
스파이치 대표 등은 권씨의 자필 편지에 대해 '지금 유럽'의 총선 승리를 막기 위해 조작된 음모론이라고 반박했다.
총선 판도를 뒤흔들만한 대형 스캔들로 주목받았지만 선거 결과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지금 유럽'은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며 정권 교체에 성공했고 스파이치 대표는 총리직에 올랐다.
밀로비치 장관은 "코바치 전 장관 등은 권도형에게 '편지를 쓰면 보호를 받을 수 있고 미국은 물론 심지어 한국으로도 가지 않을 수 있다'고 약속했다"며 "이제 그들은 곤경에 처했고 우리는 왜 그렇게 그들이 긴장하는지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는 "블록체인에 있는 권도형의 디지털 지갑에서 수백만 달러가 다른 디지털 지갑으로 이체됐다는 흥미로운 정보를 입수했다"며 "이에 대해서는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씨의 미국행을 서두르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를 원하는 국가의 권리와 법률에 대한 고려가 우선이며 상황은 매우 명확하다"고 강조했다.
밀로비치 장관은 지난해 11월 권씨 사건과 관련, "미국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대외정책 파트너"라고 언급해 미국 인도를 시사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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