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종료된 유럽의회 선거에서 독일의 극우 독일대안당(AfD)은 16%의 지지를 얻었다. AfD는 제1야당 기민당·기사당에 이어 지지도에서 제2정당이 됐다. 선거운동 중 이 당의 막시밀리안 크라 유럽의회 의원이 나치를 두둔하는 발언으로 크게 문제가 됐는데도 이런 성과를 거뒀다. 프랑스에서도 20대의 3분의 1이 극우정당 국민연합(RN)을 지지해 유럽의회 선거에서 이 정당이 31% 넘는 지지로 제1당이 되는데 힘을 보태줬다. 이번 선거에서 반이민(반이슬람)과 반유럽 정책을 앞세운 독일대안당이 제2정당이 되는 데 그 어떤 연령층보다 젊은 층이 큰 기여를 했다.
보통 유럽의회 선거는 시민들이 집권당을 중간 평가하는 성격을 지녔다. 이 선거에서 처음으로 16세 고교생들이 투표권을 행사했다. 그런데 16~24세의 16%가 AfD에 표를 던졌다. 5년 전 유럽의회 선거보다 이들은 11%포인트 더 극우정당을 지지해 다른 연령층에 비해 지지 정당에서 가장 큰 변화를 보였다. 연립정부의 잦은 정책 혼선과 갈등, 고물가와 경기침체 등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집권당 정책에 크게 실망한 이들이 극우정당에 표를 던지는 방식으로 집권당에 경고장을 날렸다.
2021년 말 구성된 독일의 3당 연립정부는 기후위기 대응에 적극적인 사회민주당과 녹색당, 가장 친기업적인 자유민주당으로 구성됐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기후위기 대응책이 자민당의 반발로 계속 희석됐다.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이 금지된 후 독일은 고물가 등에 시달려 지난해(?0.3%)에 이어, 올해도 경제성장률이 0.1%에 불과하다. 이런데 집권 3당은 사사건건 정책 혼선을 빚어 유권자들이 느끼는 정치 효능감이 계속 급락했다.
또 하나는 AfD가 틱톡과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젊은 층을 상대로 매우 효과적인 선거운동을 펼쳤다는 점이다. 기존 정당이 무미건조한 SNS 선거 메시지를 전달할 때 AfD는 감성을 파고든 문구를 선보였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확전된다면 동부 전선으로 나가서 싸울 수 있다고 경고한 전략이 청년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5년 전 청년들은 기후위기 대응을 우선순위로 보고 녹색당을 적극 지지했다. 그러나 이제 기후위기 대응은 뒷전으로 밀려났고 이들은 평화를 최우선 과제라고 여긴다. 젊은 층의 극우정당 지지 선회를 집권당에 보내는 강력한 경고로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집권당이 무한 책임을 발휘해 유권자가 원하는 정책에서 성과를 거두는 게 극우정당의 득세를 막는 대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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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억 / 대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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