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하는 숲 <서윤석 저>
근자에 발간된 의사 서윤석 시인의 시집 ‘생각하는 숲’을 읽어 보았다. 이 책을 평가(서평)한다기 보다 책을 읽고 난 후에 느낌(독후감)을 써보고 싶은 마음이 왠지 저절로 밀려왔다.
서 시인과의 인연은 짧지만 그새 피차에 내심(內心)이 오갔던가. 나도 모르게 책 내용과 서윤석 시인의 됨됨이를 비교하며 읽어 내려갔다.
숲은 ‘평화’와 ‘투쟁’의 양면성을 지닌다. 표면적으로는 평온하고 근엄하지만 속사정은 더없이 복잡다단하다. 청량한 풀이 흐르는 계곡이 있고 맑은 공기가 싱그러운 호흡으로 침잠에 녹아들지만 해가 질 녘부터는 치열한 생존경쟁, 별천지가 되어 시끄럽기 짝이 없는 정체가 숲이다.
서 시인의 생각하는 숲에서 오귀스트 로댕(Auguste Rodin)의 ‘생각하는 사람’이 공감된다. 인간의 고뇌를 바라보면서 “나는 무엇이며, 인생은 무엇이며, 이 우주는 무엇인가…” 그런 상념에 빠져 로댕은 생각하는 사람을 조각했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의 원래 이름은 ‘시인’ 이었다.
“시는 언어의 유희다”라고 흔히들 말하지만 언어의 유희 속에 겹겹이 녹아있는 시인의 내관력(內觀力)과 철학이 정직하게 표현된 것이라야 진동이 있게 마련이다.
서 시인은 ‘생각하는 숲’을 통해 평화, 화해, 성실, 겸손을 추구하는 자신의 철학을 유려하게 잘 그려냈다. 서 시인은 꿈과 갈망을 별나라에 두고 격정에 가득 찬 반 고흐(Van Gogh)의 그림 ‘Wheat Field with Crows’ 을 그리는 대신 자연 속에 있는 그대로를 투영하는 인상파 클로드 모네(Claude Monet)의 풍경화를 선택한 것 같은 감상을 남긴다.
서 시인의 삶은 우여곡절, 땀과 노력, 적지 않은 파고를 헤쳐 오면서도 애잔하게 평화를 추구하며 자기 인생을 좋게좋게 긍정적 방향으로 유도하려고 애써 왔음을 책을 통해 고백하고 있다. 아버지 서정관과 장인 김상필, 왜정 시대 수난과 피해를 분노를 제거한 전설처럼 써냈다. 그러면서도 서 시인은 일제 원망의 직설을 최소화 한 것은 그의 화해용서의 덕목을 표현한 것이리라…. 그 시절 사회적 모순을 억울해하지 않고 “모두가 함께 경험했던 내용”이라고 치부하는 것은 역사굴곡에 순응하려는 그의 진면목이 읽힌다.
서윤석 시인은 군의관 제대 후 여주군 강천면 간매리 무의촌에서 의료봉사 활동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냈으면서도 보람 있던 추억으로 회상하고 있다.
나무는 하늘이 내린 운명 그대로 저항하지 않고 살아간다. 동물은 움직이며 존재하지만 나무는 주어진 운명을 그대로 뿌리내리고 도정(道程)을 개척해 나간다.
그의 대표작인 시(詩), ‘생각하는 숲’에서 서 시인은 “귀뚜라미 노래하는 가을이 오면/ …땀 흘려 거둔 열매를 새들에게 다 나누어주고/ 불꽃놀이를 하며 솟아오르는 환희를 느낀다/ …오! 그러다가 축제가 끝나고/ 겨울이 다가오면…”
서 시인은 미국에 와 공부하고 이비인후과 전문의가 되었다. 소년시절부터 꿈이었던 시인이 되고 국제펜클럽한국본부 회원이 되었다. 내조가 컸던 부인 김 여사와 의사의 길을 걷고 있는 세 딸을 두고 있다. 따님들은 서 시인의 시 영문번역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겸손해 한다. ‘생각하는 숲’을 읽으면서 서윤석의 시에 나무에 관한 제목이 많은 것이 우연이 아니구나 하는 정감이 젖어든다.
시인 서윤석은 이제 이탈리아 나폴리의 가곡 ‘오 솔레미오(Osorenio: 나의 태양)’를 불러도 좋고 고즈넉하게 슈베르트의 ‘보리수(Der Lindenbaum)’를 부르며 오래 오래 자연과 나무사랑 시를 써내려 갈 것만 같다.
가지에 희망의 말/ 새기어 놓고서 기쁘나 슬플때나/ 찾아 온 나무 밑…
시인 서윤석의 ‘생각하는 숲’ 을 한 번 더 읽고 싶다.
<
정기용 전 한민신보 발행인,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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