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黃 “거부권 지닌 상임이사국, 구시대적…아·태, 이사국 늘려야”
▶ 유엔 총장 “아프리카 상임이사국 없는 현실 받아들일 수 없어”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는 1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개혁 이슈와 관련해 구시대적 산물인 상임이사국 증설을 지양하고 정기선거로 선출하는 비상임이사국을 증설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강조했다.
또한 이사국 증설 과정에서 그동안 과소 대표돼 온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의 이사국 진출이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대사는 이날 안보리 8월 의장국인 시에라리온의 줄리어스 마다 비오 대통령 주재로 열린 안보리 개혁 의제 고위급 토의에서 "정기선거로 선출되는 비상임이사국 증설을 통해서만 안보리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국제적 현실에 적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증설된 비상임 의석은 유엔헌장 상 '형평한 지리적 배분' 원칙에 따라 배분돼야 한다"며 마지막 안보리 개편(1963년) 이후 유엔 신규 가입국 수가 가장 많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현재 안보리에서 가장 과소 대표된 지역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거부권을 보유한 5개 상임이사국(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 제도는 1945년의 독특한 역사적 산물로 오늘날 관점에서 보면 시대착오적인 측면이 있으므로 상임이사국 증설을 통해 이 같은 구시대적 산물을 증폭시키기보다는 정기선거로 선출되는 비상임이사국을 증설해야 한다는 게 황 대사의 설명이다.
마지막 안보리 확대 개편이 이뤄진 1963년 이후 80개 유엔 회원국이 추가됐는데, 이 가운데 아시아가 31개국으로 가장 많았다.
황 대사는 "아시아·태평양은 아프리카연합(AU)과 같은 지역 기구는 없지만, 아·태 지역의 다양성이 안보리 의석을 적게 받을 이유는 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안보리 토의 발언에서 아프리카 대륙에 상임이사국이 한 나라도 없는 현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안보리 개혁을 촉구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세계에서 가장 탁월한 평화·안보 기구가 인구 10억 명이 넘고 유엔 회원국의 28%를 차지하는, 젊고 빠르게 성장하는 (아프리카) 대륙에 대해 '상시적인 목소리'(permanent voice)를 내지 못한다는 점은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는 8월 안보리 의장국인 시에라리온의 '시그니처 이벤트'로 기획됐다. 안보리 개혁 이슈는 통상 유엔총회 산하 정부 간 협상(IGN)에서 논의돼왔으며, 안보리 차원에서 이를 중점적인 주제로 토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유엔에서는 독일과 일본, 인도, 브라질 등 이른바 'G4'로 불리는 국가들이 상임이사국 확대론을 주도하고 있다. 아프리카연합도 아프리카 국가에 상임이사국 2석, 비상임 이사국 2석을 추가 배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동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과 이탈리아와 스페인, 캐나다,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 '컨센서스 그룹'(UfC)은 상임이사국 확대가 아닌 비상임 이사국을 확대하자는 주장을 펴며 맞서고 있다.
시에라리온이 아프리카연합의 안보리 개혁 관련 위원회의 오랜 조정국이라는 점에서 이날 토의는 안보리 개혁과 관련해 아프리카의 공동입장의 지지를 규합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는 분석이 유엔 외교가 안팎에서 나온다.
황 대사는 "아프리카의 공동입장은 아프리카 상임이사국을 특정하지 않고 '아프리카지역 상임 의석'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며 "이는 UfC가 제안한 '장기임기 연임 가능 비상임 의석' 개념과 유사하므로 UfC와 아프리카 공동입장 간 접점을 모색하기를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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