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메이저 기업 수장들이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에너지 기업에 기후변화와 관련한 책임을 묻는 지방정부 차원의 규제와 소송 문제의 해결을 도와달라고 요청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엑손모빌, 셰브런 코노코필립스, 헤스 등 주요 미 에너지기업 경영진은 지난 19일 백악관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기후변화 대응 정책과 관련한 이 같은 업계 애로사항을 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기후변화와 관련한 기업의 책임을 추궁하는 지방정부 정책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의제인 에너지 주도권 확보 의제를 잠재적으로 약화시킬 수 있다는 데 동의한 듯했으며 연방정부가 업계를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석유 증산을 의미하는 구호인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을 주요 대선 슬로건으로 삼고 환경규제 철폐, 시추구역 확대, 천연가스 수출 확대 등 친(親) 화석연료 정책을 약속해왔다.

미 에너지 업체들도 트럼프 캠프에 수천만 달러를 기부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다.

에너지 업체들은 이번 회의에서 지방정부와 업계 간 법적 분쟁에서 법무부가 업계를 지지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해주거나 법무부가 관련된 주 정부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주길 요청했다고 WSJ은 소개했다.

앞서 미 동부의 버몬트주와 뉴욕주는 지난해 '슈퍼펀드' 법안을 통과시키고 화석연료 업체에 수수료를 부과해 해당 재원으로 각종 환경 관련 프로젝트와 인프라 프로젝트에 드는 비용을 충당할 수 있도록 했다.

캘리포니아 주의회도 지난달 유사한 슈퍼펀드 법안을 발의해 석유 회사들이 로스앤젤레스 화재 피해복구의 재원 마련에 기여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와 관련, 석유업계는 해당 법들이 기후정책과 관련한 연방정부의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업계는 나아가 기후변화와 관련한 법적 쟁송으로부터 석유회사들이 기후변화 관련 법적 책임을 면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연방의회가 통과시킬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WSJ은 설명했다.

담배회사들이 각종 법적 분쟁에 휘말려 천문학적인 배상금을 물어야 했던 전례를 토대로 석유회사들은 법적 보호장치를 확보해 경영 불확실성을 제거하길 원한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델라웨어, 매사추세츠, 뉴저지, 로드아일랜드 등 일부 주를 비롯해 기타 다수 지방정부는 석유 메이저 업체들이 기후변화 위기에 따른 피해에 책임이 있다며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석유업계 로비 단체인 미국석유협회의 저스틴 프렌더개스트 대변인은 "법정에서 지속해서 이와 관련한 문제를 제기할 것이며, 일부 주들의 과도한 권한 행사를 바로잡기 위한 모든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후변화 피해 관련 각종 소송으로부터 석유업계를 보호하는 방안은 연방의회의 법안 채택을 전제로 하는 만큼 의회의 도움 없이는 행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제한적이라고 WSJ은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