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정보국(CIA) 부국장의 아들이 러시아군에 입대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가 사망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2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러시아 독립언론 아이스토리스(iStories)는 온라인에 유출된 러시아군 모병 기록을 분석, 이같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작년 4월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전사한 미국 출신의 러시아군 계약병 마이클 알렉산더 글로스(사망 당시 21세)의 부모가 줄리앤 갈리나 CIA 부국장의 아들이라는 것이다.
마이클은 2023년 9월 러시아군에 자원 입대했고, 네팔 출신의 다른 병사들과 3개월간 훈련을 받은 뒤 같은해 12월 최전방 돌격부대의 일원으로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 투입됐다.
그는 러시아판 페이스북인 브콘탁테(VK)에 올린 글에서 스스로를 '다극화된 세계의 지지자'로 지칭하면서 "난 집에서 달아났고, 세계를 여행했다. 나는 파시즘을 혐오하며 조국을 사랑한다"고 적었다.
그의 브콘탁테 계정에는 러시아와 팔레스타인 국기가 나란히 걸려 있었다.
작년 2월 CIA 디지털 혁신 담당 부국장으로 임명된 줄리앤 갈리나와 이라크전 참전용사 래리 글로스의 아들인 마이클은 대학에서 성평등과 환경보호 시위에 앞장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좌익 성향 환경단체 '레인보우 패밀리'에 가입하기도 했던 그는 2023년 대지진으로 막대한 인명피해가 발생한 튀르키예 하타이 지역에서 구호활동을 하다가 러시아로 넘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상황에 밝은 지인은 마이클이 이스라엘의 가자전쟁 수행을 돕는 미국에 분노해 러시아행을 고민하기 시작했다면서 "그는 미국과 전쟁을 벌이길 원했다. 하지만 나는 그가 음모론 영상들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국 러시아로 간 그는 작년 4월 4일 우크라이나 전쟁 최대 격전지인 바흐무트 인근 솔레다르 지역에서 포격에 노출된 뒤 과다출혈로 목숨을 잃는 최후를 맞이했다.
러시아에 입국한다는 건 알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 사실은 몰랐던 마이클의 부모는 같은해 6월에야 미 국무부를 통해 아들의 죽음을 전해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마이클의 아버지 래리는 아들이 평생 정신질환을 앓아왔으며, 17세부터 국가안보 전문가인 부모들이 '공유하는 가치'에 반항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털어놨다.
래리와 갈리나 부국장은 작년 12월 마이클의 장례식을 치렀지만 부고에서는 '동유럽'에서 죽음을 맞았다고만 밝혔을 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CIA는 25일 성명을 통해 "CIA는 마이클의 별세를 국가안보 문제가 아닌 가족의 개인사로 간주한다. CIA 가족 전원은 그들이 맞이한 상실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고 밝혔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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