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냉장고·세탁기도 ‘50% 관세’
▶ 원재료 중 철강 비중 10% 넘어
▶ 해외거점 생산 이전·조정 검토
▶ 차 업계 관세 추가 인상에 촉각
▶ 현실화땐 현지 제조 확대할 듯
냉장고와 세탁기 등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원재료 가운데 철강재 비중은 10% 안팎이다. 원가에서 철강이 차지하는 부분만큼 50% 관세를 매기면 제품 값이 5%가량 비싸지는 셈이다. 하루 아침에 철강 관세 유탄을 맞은 가전 업계는 실제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는 한편 미국 생산 비중 확대 검토에 착수했다.
13일 LG전자 1분기 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가전을 담당하는 HS사업부의 올 1분기 원재료 중 철강재 비중은 13.9%로 집계됐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제품마다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각종 철강재가 10%가량 들어가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에서 세탁기와 건조기 일부를 생산하지만 대부분 제품을 인근 멕시코를 비롯해 동남아시아와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 시장에 보낸다. 미국이 예고한 23일부터 국경을 넘는 제품에 철강 관세가 매겨지면 산술적으로 제품 값이 5% 오른다.
미국에서 국내 업체들과 경쟁하는 미국과 유럽·중국 등 제조사들도 여건은 마찬가지다. 미국 전자 업체 역시 대부분 인건비가 저렴한 멕시코 등지에 공장을 두고 있다. 이 때문에 경쟁 구도만 따졌을 때는 모든 회사 가격이 올라간다는 점에서 동등하지만 잇단 제품 값 상승이 미국 내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경우 국내 기업의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소매 가격 상승 폭이 얼마나 될지 지금은 알 수 없지만 가전 수요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관세가 발효되기 전까지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짜며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제품마다 철강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를 따지는 과정 또한 간단하지 않다. 제조사들은 직접 철강재를 가공하지 않고 중간 공급 업체를 활용하는 데 이 때문에 전체 원가에서 차지하는 철강재를 일일이 계산하는 과정에서 행정 부담도 커질 수 있다.
관세 인상이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는 현재 유예 중이지만 이번 철강 품목관세 확장에서 보듯 미국 내 생산을 유도하기 위한 수단이 계속 작동할 수 있다. 결국 미국 생산을 늘려야 하는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국내 업체들은 언제든 미국 내 생산 비중 확대에 나설 수 있지만 마지막까지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1분기 실적 발표에서 “글로벌 제조 거점을 활용한 일부 물량의 생산지 이전을 고려해 관세 영향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전 세계 생산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스윙 생산 체제’를 통해 유연한 생산 조정을 이어갈 방침이다.
이미 고율의 관세를 물고 있는 자동차 업계는 추가 관세 인상 시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비관세 재고’가 떨어지기 시작하는 7월부터는 현지 차량 가격을 올리지 않고 버티기 힘들 것”이라며 “25% 관세에도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한계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관세 추가 인상 시 자동차 업계 역시 미국 내 생산량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올 3월 준공된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의 연간 생산량을 현재 30만 대에서 50만 대로 늘려 미국 생산량을 연 120만 대로 높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정책이 계속 바뀌어 경영 계획을 세우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트럼프 2기 이후 통상 정책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상황에서 20~30년을 내다본 투자를 결정하는 게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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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허진·노해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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