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비디아 투자받은 프랑스 ‘르 챗’
▶ ‘소버린AI 인가’ 합의된 견해 없어
아랍에미리트(UAE)는 2023년 높은 수준의 생성형 인공지능(AI) '팔콘'을 선보였다. 2017년 세계 최초로 AI 장관직을 만들며 AI에 막대한 투자를 한 결실이었다. 팔콘 모델 학습에는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컴퓨팅 플랫폼이 활용됐다. 하지만 UAE는 이후 난관에 빠졌다. 해외 기업 의존을 줄이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UAE가 쓰는 아랍어 데이터는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
정부가 소버린 AI를 추진할 거란 전망이 나오면서, AI 업계에선 이미 세계적으로 트렌드가 된 개방형 협력 체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의견이 분분하다. 소버린 AI의 필요성에는 대체로 공감대를 형성하면서도, 한 국가나 기업이 모든 기술과 인프라를 확보하는 게 쉽지 않은 현실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소버린 AI를 강조해온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이 몸담았던 네이버는 자체 AI 모델 개발을 위해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은 KT 사례를 '가짜 소버린' 취급하기도 했다.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는 "외산 기술에 국산 상표만 붙여 소버린이라 부르는 건, 단연코 언어도단"이라고 비판했다. 네이버는 한국어에 특화한 초거대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를 상용화하고 기술과 데이터 대부분을 내재화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지웅 KT클라우드 대표는 "소버린 AI의 핵심은 기술의 원산지가 아닌 데이터 주권”이라고 반박했다.
세계 시장에서도 AI 주권을 바라보는 시각에 차이가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모든 국가들은 소버린 AI가 필요하다"고 공언할 정도로 소버린 AI를 설파한다. 프랑스는 그런 엔비디아의 투자를 받아 자국 언어·문화에 특화한 AI 모델 ‘르 챗'을 개발했는데, 엔비디아가 프랑스의 AI 주권 확보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는지 합의된 견해는 없다. 메타, LG, 카카오, 딥시크 같은 기업들은 자사 AI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하며 아예 개방형 AI 생태계를 주도한다. 반면 중국은 자국 기업 알리바바와 손잡고 중국어 특화 챗봇 ‘키미’를 선보였다.
국내 학계에서도 소버린 AI 추진 자체는 환영하지만 방법론을 놓고는 이견이 나온다. 김기응 한국과학기술원(KAIST) 김재철 AI 대학원 석좌교수는 "소버린 AI는 자체적으로 AI 모델을 만들고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을 의미한다. 국가 AI 컴퓨팅센터나 월드베스트 LLM 개발이 종착역이 아니다"라며 "오픈소스가 저변 확대에 기여하고 해외 기술 활용으로 비용은 절감되겠지만 과연 그렇게 해서 AI 분야에서도 삼성이나 현대차 같은 기업이 나오겠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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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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