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텍사스주 커(Kerr) 카운티에서 시작해 샌안토니오 쪽으로 흐르는 과달루페강이 범람하면서 발생한 홍수가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강변의 주거지와 어린이 캠핑장 등을 휩쓸어 사망자 수가 129명을 넘어섰고 실종자 수도 160여 명이다.
특히 이번 참사로 99년 역사의 사설 기독교 어린이캠프 ‘캠프 미스틱’에 참가한 어린이 수십 명이 숙소를 덮친 홍수에 희생됐다. 이 캠프에 약 750명의 여학생들이 참가했는데 문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잠자던 어린이들이 대거 피해를 입었다.
물이 1층 꼭대기까지 올라온 흔적과 진흙과 쓰레기장으로 변한 현장은 참혹하기 이를 데 없다.
이번 홍수 피해는 강물 범람과 급류 위험이 높은 강 상류의 캠핑장과 주거지에 미리 대피 경고가 내려지지 않았고 돌발 홍수 경보도 다들 잠에 빠진 심야에 제대로 전달 안되었기에 더 커졌다고 한다.
이에 비상 인력과 장비 파견 등 구조·구호·재건활동을 지원하는 연방재난관리청(FEMA) 축소와 지출 삭감 등으로 인한 늑장대응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홍수 피해가 난 이곳은 독특한 기후와 지형에 난개발, 기후 변화로 인해 홍수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이다. 지역 사람들은 이를 잘 알고 있다.
이번에 과달루페 강 하류의 작은 컴포트 마을 2,200여 명의 주민들은 아무도 희생되지 않았다, 2024년에 소방서 지붕 위에 설치된 스피커 사이렌이 한 몫을 단단히 했는데 2024년 주민들이 기금을 모아 비상경보를 위한 소방서 사이렌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했다.
이 사이렌은 강의 수위가 일정 높이를 넘어가면 자동으로 울리게 되어 있다고 한다.
우리는 20년 전의 ‘카트리나’를 기억할 것이다. 2005년 8월30일 초강력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남부 지역을 강타, 1,800명 이상이 사망하고 수많은 사람의 실종, 1,000억 달러 이상의 재산피해를 입혔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은 미시시피 강 하구에 위치한 뉴올리언스로 제방이 붕괴하면서 폰차트레인 호수의 물이 들어와 도시 80%가 물에 잠겼다.
2020년 초, 코로나19 직전에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를 방문했었다. 그때는 카트리나 홍수 발생 1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 후유증이 남아있었다. 루이 암스트롱 동상이 있는 공원의 기념관 빌딩은 현관 꼭대기까지 물이 들어온 흔적인 새파란 녹이 한줄로 남아있었다. 시내 프렌치쿼터의 화려한 문양의 건축물 2층 곳곳에도 녹이끼가 자라고 있었다.
프랑스·스페인·카리브해의 독특한 문화가 혼합된 흑인 문화를 보여주는 뉴올리언스, 그날도 재즈 뮤지션들이 시내 식당과 거리 곳곳에서 공연을 하며 재즈의 발상지 명성을 유지하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같아 안스러워 보이기도 했다.
카트리나가 발생하자 미 전국에서 자원봉사자 수백 명이 뉴올리언스로 몰려왔었다. 자신의 보트를 가지고 와서 인명 구조를 하고 여름방학 중인 대학생들이 달려와서 파괴된 건물과 잔해를 치우고 수색을 도왔다. 브래드 피트, 숀 펜 등 셀러브리티들도 주택재건 사업과 인명구조 작업을 했고 전국민이 기금을 모으는 등 ‘사람이 사람을 살린다’를 실천했었다.
이번 텍사스 커 카운티 홍수사태에서도 20대의 스콧 러스칸 해안경비대 구조대원이 겁에 질린채 떨고있는 어린이 165명을 헬리콥터에 태워 10번 이상 오가며 안전지대로 실어날랐다.
이번 홍수 후유증은 오래 갈 것이다. 특히 죽음의 현장에서 살아난 어린이들은 함께 캠프에서 뛰어놀던 친구가 죽었다는 사실에 평생 트라우마에 시달릴 것이다.
초토화된 동네와 도로, 캠프 건물 등은 다시 튼튼하게 건축하면 힘든 기억을 지우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옆에 누워 자던 친구가 흙탕물에 휩쓸려간 기억은 오래 갈 것이다. 얼마를 더 울어야 하고, 얼마를 더 살아야 그 깊은 상처에 담담해질 수 있을까.
아직 여름은 끝나지 않았다. 앞으로도 기후 변화로 인한 돌발 홍수는 세계 각 지역에서 언제라도 생길 수 있다. 재난대비 자동시스템 및 정확한 기상예보 시스템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이번 텍사스 홍수사태, 언제 어떤 일이 생기든 일반 시민들은 ‘사람이 사람을 살린다’는 마음가짐으로 이러한 돌발 사태를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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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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