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랗게 물든 숲 속에 호젓한 두 갈래 길이 있었네/ 다 가보지 못할 일이 서운하여/ 풀 섶 속으로 난 길이 구부러져 내려간 저 끝까지-/ 아쉬운 마음으로 오래오래 바라 보았네/ 마침내 한 길을 택하여 나는 갔네/ 그 길은 사람이 밟지 않은 풀이 무성히 우거져/ 아마도 더 오래 걸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되는 길이었지-/ 오랜 세월이 강물처럼 굽이돌아 흐른 후에/ 나는 회고의 긴 숨을 들이키며 이야기 하리/ 먼 길 가는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그때 나는 사람 발자국이 없는 낯선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으로 해서 내 인생이 이처럼 달라졌다고.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 중에서)
시인은 먼 길을 떠나는 여행자다. 앞에 두 길이 있다. 하나는 사람 발길이 잦아 걷기에 편한 길이다. 또 다른 하나는 풀섶이 많이 돋아나 사람이 다니지 않은 울퉁불퉁 투박한 길이다.
시인은 고난이 예상되는 후자를 택하여 먼 길을 떠났다. 그 길은 거칠고 한적해서 ‘사람이 다니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이다. 세월이 지난 후 회고해 보니, 넓고 쉬운 길보다 좁고 어려운 길을 택한 것이 옳았음을 깨달았다. 고난의 길에는 그만한 유익이 있었던 것이다.
애리조나는 은퇴자의 낙원으로 유명하다. 그중 선 밸리(Sun Valley)는 가히 지상의 낙원이라고 인구에 널리 회자(膾炙)된다. 얼마 전에 미국의사협회가 끔찍한 건강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선 벨리 지역에 거주하는 노인들이 도시에서보다 치매 발병률이 훨씬 높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너무 걱정이 없고, 자극이 없고, 변화가 없는, 소위 삼무(三無)가 주범으로 밝혀졌다. 한국의 언어로 말하자면 너무 팔자가 좋아서 생긴 문화병 이었던 것이다.
부요와 편함의 삶에만 목표를 걸고 산 사람 가운데 창의적인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고난과 결핍을 몸소 겪으며 인내의 길을 묵묵히 걸어 간 사람 중에는 창의적이고 비범한 인물이 많다. 헬렌 켈러, 아브라함 링컨이 대표적 인물이다.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이 쉽게 가나안 땅으로 들어가 정착했다고 상상해 보라.
그들은 결코 강하고 비범한 백성이 될 수가 없었을 것이다. 믿음으로 오랜 시련의 세월을 잘 이겨낸 욥은 말했다. “나의 가는 길을 오직 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정금같이 나오리라.”
허물어져가는 아치 돌다리가 있다. 그대로 놔두면 다리는 곧 무너질 것이다. 무너져가는 다리 한 복판에 큰 돌을 얹어보라. 아치를 지탱하는 힘이 급격히 강화된다. 삶의 한복판에 고난의 무게가 클수록 고난을 이겨내는 창의적 에너지는 반대급부로 증가한다. 이것을 폴 스톨츠(Paul Stoltz)는 A. Q.(역경지수, Adversity Quotient)라고 불렀다.
오래 전 남대문 시장에 큰 불이 났다. 불탄 자리에 와서 물건을 정리하던 상인들이 깜짝 놀랐다. 다른 물건은 다 타서 없어졌는데 도자기 제품만은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도자기 상점 주인에게 물었다. “상점과 물건이 다 재가 됐는데 도자기만 멀쩡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주인은 대답했다.
“도자기는 이미 뜨거운 가마 불 속을 통과하면서 고난을 이겨내었기 때문입니다.” 헬렌 켈러는 말했다. “인격은 편하고 조용하게 개발되지 않는다. 오직 시련과 고난과 시련을 통해서만 영혼이 강해지며 거룩한 야망이 불타고 계획은 실현된다.” 하나님의 축복은 고난을 가장(假裝)하여 올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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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만/목사·AG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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