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랄프로렌·코치·버켄스탁·온 등 ‘명품’ 인기
▶ 브랜드 파워로 소비자 관세 저항 돌파
▶ ‘합리적 사치’로 중산층 공략 전력 주효
▶ 가격 올라도 제품 가치 느끼게 만들어

브랜드 파워를 지닌 중저가 명품 브랜드가 관세 여파에도 높은 매출을 기록 중이다. [로이터]
패션 브랜드 랄프 로렌은 고객층이 ‘고급 취향’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는 랄프 로렌이 수년간 물밑에서 추진해 온 전략이다. 최근 실적 발표에서 파트리스 루베 랄프 로렌 CEO는 “지난 8년간 자사 프리미엄 제품 구성을 강화해 브랜드의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을 개선해왔다”라고 밝혔다. 그 결과, 이 기간 동안 판매된 제품의 평균 단가는 두 배로 뛰었다. 전통적인 명품 브랜드에서 등을 돌린 고소득층 소비자들과, 관세 인상 여파로 지출에 더 신중해진 중산층 소비자들 사이에서 랄프 로렌의 전략은 주효했다. 루베 CEO는 “가격 인상과 함께 제품의 높은 품질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브랜드를‘격상’(Elevate)시키고, 정가를 지불할 의향이 있는, 보다 고급 소비자층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라고 자평했다.
■ 브랜드 파워로 관세 돌파이는 랄프 로렌만의 사례가 아니다. ‘코치’, ‘버켄스탁’, ‘온’, ‘어반 아웃피터스’(산하 브랜드 ‘앤트로폴로지’, ‘프리피플’ 등 포함) 등도 충성도 높은 고객층과 신제품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바탕으로, 관세 인상 이후에도 소비자들의 이탈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기관BMO 캐피털 마켓의 시미언 시겔 애널리스트는 “브랜드 가치를 지닌 기업이 관세, 공급망, 항만 파업 등의 불확실성을 이겨내고 관세로 인한 가격 인상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몇 년간 다시 인기를 끌고 있는 샌들 브랜드 버켄스탁도 좋은 사례다. 버켄스탁 측에 따르면 지난 7월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했지만, 판매에는 전혀 영향이 없다.
■ 명품대신 저렴한 대체 상품수입품에 부과되는 관세로 인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 같은 시기에는 소비자와의 신뢰를 지키는 기업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 진다. 기업이 부담하는 관세는 종종 소비자 가격에 전가되며, 결국 소비자들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미 물가 상승은 가시화되고 있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7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3.1% 상승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관세 부과 이전에 미리 확보해둔 재고가 소진되는 시점부터 가격 상승이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예일대 산하 ‘버짓랩’(Budget Lab)의 분석에 따르면, 이 같은 수입세는 가구당 연 평균 약 2,400달러의 추가 비용을 유발할 것으로 추산된다.
소비자들은 이미 물가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커니 소비자연구소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지출에 더욱 신중하고, 할인 행사를 기다리거나 가격을 비교하고, 식료품과 작은 사치품에 대해서는 저렴한 대체재를 찾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고가 제품을 판매하는 브랜드들이 소비자들에게 가격 인상의 정당성을 얼마나 설득시킬 수 있을지가 업계의 관건이다. 소비자들에게 180달러짜리 운동화, 350달러짜리 핸드백, 698달러짜리 재킷이 과연 ‘그만한 값어치가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느냐가 향후 매출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 ‘합리적 사치’ 중산층에 먹혀 들어명품 브랜드 루이비통, 크리스찬 디올, 구찌 등 고가 브랜드에 식상한 고소득층이 발길을 돌리는 사이, 랄프 로렌 등 중간 가격대 브랜드가 소비자의 합리적 가격대로 부상하고 있다. 랄프 로렌은 이달 초 올해 전체 실적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고, 1분기 순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 급증한 17억 달러를 기록했다.
주가 역시 지난 5년간 약 4배 가까이 상승하며 인기 투자 종목으로 떠올랐다. 랄프 로렌은 특히, 중간 유통업체나 소매점을 거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DTC’(Direct-to-Consumer) 사업부문에서는 지난해 대비 140만 명 증가한 신규 고객을 확보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신규 고객은 여성, 명품, 젊은 층에 편중되어 있다.
한편, 코치와 앤트로폴로지는 중간 소득층 소비자 중에서도 가처분 소득이 있는 소비자를 겨냥한 ‘합리적 가격대 명품’과 트렌디한 스타일을 내세우며 인기를 끌고 있다.
코치는 특히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코치 측에 따르면 최근 회계연도 동안 북미에서 680만 명 이상의 신규 고객을 확보했으며, 이들 중 다수가 젊은 세대다. 시장 조사 기관 글로벌 데이터의 닐 손더스 소매 분석 책임자는 “최근 코치는 스타일과 디자인을 대폭 개선하고 패션 선도 전략을 채택해 전 연령대 고객들의 구매 빈도를 높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 가격 올라도 가치 느끼면 지갑 연다코치는 최근 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한 14억 달러를 기록했다. 모기업인 태피스트리의 주가 역시 지난해에 비해 거의 두 배로 뛰었는데, 이는 코치의 성공 덕분이다. 어반아웃피터스와 자회사 프리피플, 앤트로폴로지도 코치와 비슷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할인 폭을 줄이고 정가 구매 고객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은 자신이 지불하는 가격에 가치를 느껴야 마음을 움직인다고 설명한다. 가격이 오를 경우, 품질이 향상됐거나 새로운 혁신이 동반돼야 한다는 인식이 소비자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랄프 로렌, 코치, 스위스 스포츠웨어 브랜드 ‘온’은 이러한 소비자 심리를 반영해 가격 정책을 세우고 있다. 온은 이 같은 가격 정책이 주효해 올 2분기 순매출이 전년 대비 32% 급증한 7억 4,920만 스위스 프랑(9억 2,900만 달러)을 기록했다. 하지만 모든 브랜드가 가격 인상을 쉽게 관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경제 전문가들은 가격을 올릴 만한 이유가 없는 기업들에 대해 소비자들이 반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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