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꽤 오래 된다. 남편과 아들이 하는 주류 판매점도 15년을 지나고 보니 귀동냥도 있었다. 가게에서 세일즈 맨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어야 했다. 알아야 면장을 할것 아닌가? 세일즈맨들 대할때도, 소비자들을 만날때도 지식은 필수불가결의 조건이었다.
가게를 하기 전, 술에 대한 나의 지식은 붉은 색은 레드 와인, 흰색은 화이트 와인.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맥주는 라임을 쭉 짜서 넣은 멕시코 산 코로나. 그리고 삼겹살에는 소주가 최고 라는 정도. 그러나 가게에 매출이 커지며 나의 관심은 좀 달라졌다. 어떤 와인이, 어떤 맥주가 손님들의 관심을 좀더 끌 수 있을까 싶었다.
그러다가 새로운 가게를 하나 더 오픈 하게 되자 아들에게 SOS를 보냈다. 마침 아들은 친한 친구가 유명한 식당의 매니저를 하고 있어, 그곳에 가서 와인 리스트를 받아왔다. 그것을 기본으로 하고, 기존 가게의 리스트를 뽑고, 또 큰 주류도매가게에서 리스트를 빌려와 결정을 했다. 그때 알게 되었던 것은, 우리 가족 중 와인에 대한 확실한 지식이 있는 사람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아들은 이론 공부도, 와인 테이스팅도 열심히 하더니, 일년 후쯤 마스터 소믈리에가 되었다. 그후 난 전적으로 아들이 사라는 와인만 샀고, 지금 가게에 진열되 있는 와인의 종류는 한 7500여 종. 맥주와 위스키 등등의 하드 리쿼를 합치면 만 종류 이상의 술을 가지고 있는 대형 소매점이다. 그 안에서는 난 매니저와 함께 구매를, 아들은 와인을, 남편은 은행일을 한다.
지난 번 한국에 오래 있게 되었을 때, 인터넷상의 강의를 찾았다. <한국 직업능력진흥원>이라는 곳에서 하는 20강의와 시험. 그리고 강릉에 <콜라블 Collable>이라는 와인 스튜디오에서 오프라인으로 하는 강의. 2곳에 모두 강의 신청을 했다. 온라인으로는 강의에 집중하고 오프라인에서는 시음을 할 수 있어서 병행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험을 봤다. 결과는 “합격” 소믈리에1급 자격증이 우편으로 왔다. 아직 시작 단계이고 와인을 알아가는 1급이지만, 자격증을 받고 보니, 스스로 뿌듯했다. 마트에 가면 쓸데없이 와인을 기웃거리며 라벨을 읽어본다. 뉴질랜드의 말보로 지방의 화이트 와인이니, 쇼비뇽블랑이겠네. 프랑스 론 지방의 와인이네. 시라인가? 브르고뉴 지방인데, 피노노아인가? 다시 한번 자세히 들여다보게 된다. 사지 않아도 라벨을 읽어보며 공부했던 것을 잊어버리지 않으려는 노력.
도착한 자격증과 수료증을 사진으로 찍어 남편과 아들에게 자랑하며 나도 이제 그렇게 문외한은 아니지?라며 웃는다.
배우는 일에 이렇게 신나 본 적은 언제였던가. 새로운 세계를 접한다. 색깔을 보고 냄새를 맞고 천천히 맛을 보며 입에 조금 담고 있다가 목 넘김으로 서서히 그 맛을 음미한다. 입안 가득 밀려오는 풍미와 잔향. 같이 먹는 음식을 맛을 제대로 올려준다. 사람들이 즐기는 일들 가운데 하나인 먹는 재미와 함께하며 그 맛을 제대로 올려주는 와인.
오늘 밤 와인 한잔 같이 하실래요? 좋은 치즈가 있는데… 향과 맛은 입안 가득 은은히 퍼진다.
<
전지은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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