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새로운 가자지구 전쟁 종전 구상안에서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이 직접 언급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두 국가 해법’을 반대해온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 변화가 생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두 국가 해법’ 반대 입장 변했나

이스라엘 언론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은 지난 2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유엔 고위급 주간을 위해 미국 뉴욕을 찾은 아랍·이슬람권 국가 대표들을 만난 자리에서 가자지구 전쟁 종전 계획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총 21개 조항으로 구성된 종전 계획안에는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전쟁을 즉시 멈추고,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서 점진적으로 철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양측은 종전 후 48시간 이내에 서로가 가둬두고 있는 인질·수감자도 석방한다.

TOI가 공개한 문건에는 전향적인 내용이 엿보인다. 평화 구상안 21조에는 “가자지구 재개발이 진전되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의 개혁 프로그램이 시행된다면 팔레스타인인들의 열망인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위한 신뢰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비록 간접적인 언급이지만, 그간 ‘두 국가 해법’에 부정적이었던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고려한다면 큰 변화다.

구상안은 “누구도 가자지구를 떠나도록 강요받지 않으며, 떠났을 경우에도 돌아오는 것을 허용한다”며 가자지구 주민의 거주권도 보장하기로 했다. TOI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가자지구에서 주민을 모두 내쫓고, “중동의 리비에라(지중해 연안 휴양지)로 개발하겠다”고 언급한 것에 비하면 큰 진전이라 평가했다.

협상안이 실제 시행될 경우 가자지구 통치는 이스라엘도, 하마스도 아닌 ‘팔레스타인인에 의해 구성된’ 임시 과도정부가 책임지게 된다. 가자지구에 대한 하마스의 통치와 이스라엘의 합병은 금지된다. 평화적 공존을 선택한 하마스 대원에게는 사면이 이뤄지며, 가자지구를 떠날 경우에도 안전한 통행을 보장한다. 이 외에도 ▲배급에 유엔 등 국제기구 참여 ▲미국·아랍 국가 등이 참여하는 국제안정화군 창설 등이 포함됐다.

미국의 새 제안을 두고 이스라엘 내에서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구상안이 시행될 경우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완전한 통제와 하마스 파괴라는 전쟁 목표 달성에 실패하게 된다. 극우 성향의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은 이날 “하마스의 완전한 패배 없이는 전쟁을 끝내서는 안 된다”며 미국 측 구상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TOI는 구상안이 시행된다면 근거지인 가자지구에서 내쫓길 하마스로서도 제안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스라엘 일간지 하레츠는 소식통을 인용해 하마스가 트럼프 대통령 제안에 “원칙적으로 동의하나 세부 제안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고 전했다.

협상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내 지상 작전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가자지구 보건 당국은 이스라엘의 공습과 총격에 최소 59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누세이라트 난민촌에는 공습으로 일가족 9명이 사망하는 일도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