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e bul: 1998년 이후》-Leeum Museum of Art, Seoul-
▶ ‘잃어버린 이상의 풍경’

당신의 차갑고 어두운 눈동자 속 무한한 섬광_2009, 몽그랑레시_바위에 흐느끼다_2005, Aubade V_2019 (왼쪽부터).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작가 이불(b.1964)의 대규모 회고전이 서울 리움 미술관에서 2026년 1월 4일까지 진행된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30여 년 동안 탐구해 온 인간, 기술, 욕망, 허상 등을 조망한 다양한 작품 총 150여 점이 선보인다.
<전시 구성과 주요 작품>
전시는 연대기적 배열보다는 관객이 작품 세계를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풍경형 배열을 선택했다.
입구에서 마주하는 <취약할 의향-메탈라이즈드 벌룬>은 거대한 비행선 풍선을 닮은 설치로 내부엔 기계음 잡음, 기억처럼 혼재된 목소리들이 흐르며 기술 진보의 양면성을 암시한다.
오바드
는 판문점 철거 초소의 폐자재를 활용한 거대한 금속 구조물로 이데올로기적 갈등과 사회적 긴장감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거울 설치작 는 양방향 거울과 미로 구조를 활용해 부정의 길을 탐색하게 유도하며 관객이 거울 속 파편화된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도록 설계 되었다.
태양의 도시는 어둠 속에서 반사와 굴절을 반복하는 구조로 방향 감각을 흐트러뜨리는 공간 체험을 제공한다.
스케일 오브 텅은 세월호 참사를 암시하며 검은 천이 물결치는 듯한 움직임과 구조적 불안감을 통해 재난과 공동의 상처를 환기 시킨다.
평면 회화에서는 전통적 재료인 자개와 현대적 재료인 아크릴의 혼합을 통해 빛과 반짝임, 낯설음과 익숙함이 공존하는 표면 미학을 드러내며, 동시에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 차원으로 유도하는 장치가 된다.
전시의 중심을 이루는 것은 2005년부터 전개된 건축적 조각설치 연작 몽그랑레시
Lee Bul, 취약할 의향-메탈라이즈드 벌룬_2019, Perdu ⅩⅦ_2019, 사이보그 W6(왼쪽부터).
<감상 포인트와 비평적 시선>
관객이 작품을 감상하는데 설치 속으로 걸어 들어가거나 작품 체험에 개입하게 만든 구성은 이 전시의 중요한 전략이다. 특히 거울 미로, 어둠 속 반사 공간 등은 감각적으로 혼란을 주며 사고의 틈을 만든다.
작가는 1980년대 후반부터 한국 사회가 겪은 정치 사회적 변동을 작업의 배경으로 삼아 왔다. 이번 전시에서도 그러한 맥락이 강하게 드러난다. 특히 <오바드 V>나 <스케일 오브 텅>처럼 철거 자재, 사회참사 등을 소재로 삼은 작품이 그러한 경계를 전면에 드러낸다.
전시의 핵심은 해석보다 체험 중심이며 관람객 스스로 느끼는 감각의 당혹감과 반성의 질문이다. 작가적 배경과 관계없이 ‘나’라는 감각적 주체가 공간을 통과하며 느끼는 경험 자체가 작품이다.

천지_2007, 전시전경, Via Negativa_2022(왼쪽부터).
<전체적 평가와 제언>
이 전시는 이불의 단순한 회고전이 아니다. 작가가 오랫동안 천착해온 주제들을 공간과 감각의 언어로 풀어낸 ‘미학적 장치’이다. 이러한 작품에 대한 관객의 해석 여백이 크기에 사전 지식이 부족한 관람자라면 일부 작품에서 공감대가 안될 것 같다. 따라서 전시장 안내나 도슨트 프로그램 등 작품 해설 자료를 참고하면 감상에 도움이 된다. 결론적으로 ‘어떻게 볼 것인가’의 문제를 관객 스스로에게 돌려주는 전시다.
전시를 기획한 리움미술관 곽준영 실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이불 작가를 바라보던 기존의 시각에서 벗어나, 미술, 건축, 문학, 사회 이론과 철학적 사유를 넘나들며 인류의 과거와 현재를 성찰하고 미래에 대한 확장된 사고를 이끌어 온 작품세계를 경험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미술 평론가 및 관람객은 올해 전 세계에서 최고로 평가하는 전시를 상반기 이 지면에 소개했던 ‘데이비드 호크니’전과 후반기 ‘이불’ 전시를 꼽는다. 필자 역시 전적으로 동감하며 ‘백문이불여일견’이란 뜻을 이번에도 덧붙이게 된다.
<도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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