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북미 문인협회 초창기 멤버로 이민 문학의 한 장 마무리

서북미문인협회 심갑섭(뒷줄) 이사장이 귀국을 앞둔 이성수(앞줄 오른쪽) 수필가 부부를 찾아 감사를 전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시애틀 문단의 원로이자 서북미문인협회 초창기 회원인 이성수 수필가가 14일 한국 고향으로 돌아갔다.
그의 귀국은 단순한 이주의 의미를 넘어, 20여년간 서북미 한인 문단을 지탱해온 한 문인의 길고도 따뜻한 여정을 마무리하는 순간이라고 서북미문인협회(회장 김미선)는 전해왔다.
이성수 수필가는 페더럴웨이서 활동하고 있는 이석주 공인회계사의 부친이자 독립유공자인 이재덕 선생의 후손이기도 하다.
연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에서 장학사로 근무했던 그는 1992년 미국으로 이민, 페더럴웨이에 정착했다. 전공과 무관한 길이었지만, 그는 이민자의 외로움 속에서 글을 붙잡았다.
한국 문예지 <한국문인>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을 계기로 문단에 등단한 뒤, 한인 언론을 통해 꾸준히 수필과 기행문을 발표하며 독자들에게 ‘언어로 삶을 정리하는 법’을 보여주었다. 특히 힘들고 어려웠지만 정이 넘쳤던 고향과 과거의 한국 모습을 따뜻한 언어로 전해왔다.
2000년대 초, 시애틀에서 결성된 서북미문인협회의 초창기 멤버로 참여한 그는 협회의 성장 과정을 함께한 ‘산증인’이었다.
시화전, 문학대학, 신인상 시상식 등 협회의 주요 행사마다 빠짐없이 참여하며 조용한 헌신으로 후배 문인들을 이끌었다.
협회 김미선 회장은 “이성수 수필가님은 서북미문인협회의 역사 그 자체이며, 문학의 본질을 잊지 않게 해준 분”이라며 “그의 귀국은 곧 이 지역 문단의 한 시대가 저무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그의 수필집 <솔바람 소리>에는 자연과 사람, 그리고 고향에 대한 향수가 서정적으로 담겨 있다. 이민자의 고단한 삶 속에서도 잃지 않았던 따뜻한 시선과 꾸준한 성찰은 그의 글을 오랫동안 기억하게 만든다. 그는 늘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고 말하며, 문학이란 결국 성실과 진심의 다른 이름임을 몸소 보여주었다.
2021년 <뿌리문학 제3집> 출판기념회에서 그는 최고령 회원으로 ‘글 나눔 성실상’을 수상하고 피리 연주를 선보였다. 그 순간은 문학과 예술이 하나로 어우러진 그의 인생을 상징하는 장면으로 문우들 기억 속에 남았다.
이제 그는 고향의 품으로 돌아간다. “시애틀의 비 냄새가 그리울 것 같다. 하지만 내 마음에는 여전히 문학의 향기가 남아 있다.” 귀국을 앞둔 그의 짧은 인사는 오히려 또 다른 시작을 예고한다. 앞으로도 한국과 서북미 문단을 잇는 가교로서, 그리고 문학의 온기를 나누는 수필가로서 그의 여정은 계속될 것으로 기대된다.
귀국에 앞서 서북미문인협회 심갑섭 이사장은 이성수 수필가를 찾아 그동안의 활동에 감사를 전하고 귀국 후 건강하시길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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