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리 김 아이보리우드 에듀케이션 대표
심장내과 전문의인 아버지와 스탠퍼드에 재학 중인 언니를 둔 그녀는 아직 10학년임에도 불구하고, 무려 5개의 AP 과목을 수강하고 있는 인재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우수한 배경과 능력을 지닌 학생이 작성한 에세이에서, 저는 AI가 생성한 문장을 삭제하는 데만 45분을 할애해야 했습니다.
ChatGPT부터 Gemini 같은 AI를 학습이나 글쓰기 도구로 활용하는 것은 괜찮습니다. 그러나 독립적인 사고나 주체적인 노력을 AI로 대체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요? 엘리(가명)가 저지른 실수가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그녀는 “보건의료 기술 인턴에 지원한 동기를 서술하시오”라는 주제의 에세이에서 글의 구성뿐 아니라 아이디어 자체까지도 전적으로 LLM (대형 언어 모델) 인공지능 시스템에 의존했습니다.
제가 엘리에게 에세이의 약 74%가 AI로 작성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알려주었을 때 돌아온 대답은 “어… 정말이요?”였습니다. 이 반응은 제가 예상했던 그대로였습니다. 제 기억에 따르면 지금까지 AI 사용을 솔직하게 인정했던 학생은 단 한 명뿐이었으니까요. 안타깝게도, 너무나 많은 학생들이 AI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요즘 세대 학생들은 AI에서 답을 구합니다. AI는 구글 검색이나 유의어 사전(thesaurus.com)의 조금 더 효율적인 버전으로 활용할 때,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도구가 됩니다. 그러나 제가 관찰한 바로는, 우리는 이미 그 수준을 훨씬 넘어 AI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청소년 기업인” 프로그램에 지원하며 “본인에게 귀감이 된 기업인은 누구입니까?라는 주제에 답을 해야 했던 또 다른 고등학생의 사례도 있습니다. 지난 5개월 내내 그 학생이 입에 올린 주제는 온통 기업인 정신과 비즈니스, 그리고 엄청난 돈을 버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뿐이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청소년 기업인 프로그램은 그야말로 그 학생을 위해 만들어진 기회처럼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문을 확인한 그는 저를 한 번 바라본 후, 곧바로 무언가를 타이핑하기 시작했습니다(ChatGPT에게 묻고 있었던 것이겠죠?). 몇 분이 지나고, 내내 컴퓨터 스크린에만 시선을 고정했던 그는 뜻밖의 이름을 외쳤습니다. “오프라 윈프리요!”
“오프라”라니요? 지금이 2025년이라는 걸 망각한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오프라 윈프리가 발행하던 잡지는 이미 오래전에 폐간되었고, 필름 스튜디오 사업도 모두 접었으며, 네트워크 지분 대부분을 매각한 지도 한참이 지났으니까요. 오프라가 관여한 대부분의 사업이 성공을 거두지 못했음에도, 이 학생은 그런 사실조차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설령 그녀가 회사를 설립했다고 해도, 오프라는 결코 기업인이 아닌, 전설적인 토크쇼 진행자로 이름을 알린 인물입니다. 질문에는 어떤 함정이나 숨은 의도도 없었습니다. 말 그대로 가장 귀감이 되는 기업인이 누구인지 물어봤을 뿐입니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보면, AI 챗봇이 단순히 사람들의 인지적 부담을 덜어주는 것을 넘어, 머지않아 인간의 사고 능력을 완전히 대체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인공지능으로 인해 가장 먼저 사라진 건 독서 문화였습니다. 인간의 만든 창조물의 입지가 점점 더 사라져 가는 이 시점에서, 앞으로의 미래와 대학 입시는 어떻게 변화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문의 (213)999-5416
mkim@ivorywoo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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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김 아이보리우드 에듀케이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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