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의 국내 주간 활동 사용자 수가 1700만 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400만 명에서 불과 1년 새 4배 넘게 늘었다. 인구 대비 사용률로는 세계 1위다. 늘 그랬지만 신기술이나 첨단 기기에 대한 한국인의 관심과 경험 의지는 경이롭다. 이처럼 기술 수용성이 높은 한국인들에게 며칠 내에 또 한번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카카오톡과 챗GPT의 결합이다. 5000만 명이 사용하는 ‘국민 앱’ 카카오톡에서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AI와 대화할 수 있게 된다. 길 찾기, 음악 추천, 여행지 동선과 같은 생활형 기능은 물론 보고서 작성·요약·번역까지 가능해진다.
카카오톡과 챗GPT의 결합은 우리 사회에서 AI를 일상의 도구로 전환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챗GPT 같은 생성형 AI에서 더 나아가 민간·공공 영역 전반으로 다양한 AI 기반 서비스와 기기가 급속히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 현장에서 제조 공장, 행정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AI가 당연한 일상이 될 날이 머지않았다. 바야흐로 ‘모두의 AI 시대’로의 진입이다.
그러나 ‘모두의 AI 시대’가 열린다고 해서 모두가 AI로부터 동일한 혜택을 누리게 되는 것은 아니다. 접근의 평등이 결과의 평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가령 생성형 AI의 경우 같은 질문을 던져도 누군가는 고급 논문 수준의 답을 받고 누군가는 부정확하거나 편향된 결과를 얻게 된다. 언어 숙련도, 프롬프트 작성 능력, 그리고 유료 서비스 이용 여부에 따라 결과 값의 품질이 달라진다. 심지어 AI의 오류를 판별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할 경우에는 왜곡된 정보 탓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게 될 수도 있다.
생성형보다 상위 단계, 고급 단계 AI 도입과 활용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AI에 대한 개인이나 조직의 이해력과 데이터 해석 능력, 추가 자본 투입 역량에 따라 AI 활용에 따른 수혜는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AI 문해력과 자본력의 격차는 결국 또 다른 경제적 불평등을 낳게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6월 ‘AI 전환 시대의 새로운 격차’라는 보고서에서 한국을 노르웨이·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와 함께 AI 선도국으로 분류했다. 하지만 한국은 AI 도입 속도가 세계 최고 수준인 데 비해 그 활용 격차가 이미 크다. 중소벤처기업부 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대기업의 AI 도입률은 48.8%, 중소기업은 28.7%에 그쳤다. 지역 격차도 크다. 산업통상부 조사(2025년 6월)에서 수도권 기업의 AI 활용률은 비수도권의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은 AI 전문 인력과 데이터 인프라가 부족하고 지방은 접근 환경 자체가 취약한 현실 탓이다. 세대에 따른 차이도 뚜렷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20대의 AI 서비스 경험률은 58.9%에 달하는 반면 60대는 15.%, 70대는 7.2%에 불과했다. 이대로 둔다면 AI 확산 속도만큼이나 AI 활용 능력과 수혜의 격차가 기업 규모별, 지역별, 세대별로 크게 벌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 10년 동안 겪었던 ‘디지털 디바이드’가 ‘AI 디바이드’로 고도화되는 불길한 흐름이 감지된다.
정부도 이를 인지하고 대응에는 나섰다. 내년부터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맞춤형 AI 교육 과정을 도입한다. 유치원생부터 초중고등학생, 대학생 등 학생들에 대한 커리큘럼을 만들고 일반인, 전문 기술인 등으로 나눠 세분화한 교육 과정을 마련할 계획이다. 중기부는 스마트 공장과 AI 도입이 가능한 중소 제조 기업 1만 2000곳을 선정해 2030년까지 제조 현장에 맞춰 단계적으로 AI 기술을 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그러나 여전히 속도가 문제다. 기술의 진화 속도에 비해 제도 마련과 인력 양성의 속도가 현저히 뒤처진다. 교육·인프라·데이터 접근권의 불균형이 방치된다면 AI가 가져올 생산성과 편의성의 혜택이 소수의 개인과 조직에 쏠릴 수밖에 없다. ‘모두의 AI 시대’가 진정한 의미에서 ‘모두’를 품기 위해서는 AI의 보편적 활용에 대한 통찰과 대응에 정책적 에너지를 더 쏟아야 한다.
<
정영현 서울경제 테크성장부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