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B 130’ 법안 시행들어가
▶ 벌금 100달러 상한 법안
▶ 가주에만 HOA 5만개 달해
▶ 수천달러 벌금부과 다반사

주택소유주협회(HOA)의 무소불위 권한을 제한하고 주택 소유주들의 권한과 권익을 강화한 AB 130 법안이 발효되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로이터]
캘리포니아 주택소유자협회(HOA)가 규정을 위반한 주민들에게 한 번에 최대 100달러의 벌금만 부과할 수 있도록 한 ‘AB130’ 법안이 마침내 시행되면서 “주민과 이사회 간 힘의 균형이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일부 HOA는 기존의 과도한 제재 관행을 수정하며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운영 방침을 바꾸고 있고,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이제야 숨통이 트였다”며 환영의 뜻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천편일률적인 ‘차고 문 색깔’과 ‘잔디 높이’로 대표되던 HOA의 시대가 저무는 ‘작은 혁명’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일 캘리포니아 주정부에 따르면 HOA가 규정 위반 회원에게 한 번에 최대 100달러까지만 부과할 수 있는 내용의 AB 130 법안이 지난 7월 1일부터 발효됐다. 과거에는 차고 문 색깔이나 잔디 길이, 주차 위치 같은 사소한 문제에도 수천 달러의 벌금이 쏟아졌다. 일부 이사회는 주민을 압박하거나 보복하기 위해 벌금을 남용한다는 비판까지 받아왔다.
주택소유주와 HOA 양측을 대리해온 캘러핸앤블레인 법률사무소의 에드워드 수솔릭 변호사는 “HOA가 수천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고 결국 주택에 압류까지 걸었던 사례를 직접 목격했다”며 “이번 제한은 오랜 시간 누적된 불공정의 교정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AB 130 법안은 주택 공급 규제 완화를 위한 대형 예산 법안으로, 법안 통과를 주도한 의원은 오클랜드 출신 민주당 하원의원 버피 윅스, 그리고 HOA 벌금 제한안을 처음 발의한 프리몬트 출신 상원의원 아이샤 와합이다. 와합 의원은 “캘리포니아 주택 소유자의 65%가 HOA에 속해 있으며, 과도한 벌금은 가계의 재정을 조용히 갉아먹어 왔다”며 “공정한 상한선이 세대 간 부를 보호하고 주택소유자와 HOA 이사회를 같은 눈높이에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AB 130 법은 단순히 벌금을 제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HOA가 벌금을 부과하기 전에 반드시 시정 기회와 청문 절차를 제공해야 하며, 연체료나 이자를 추가로 부과하는 것도 금지했다. 다만 공중보건·안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예외를 두었다. 이는 단순히 ‘100달러 상한’을 넘어 절차적 정의를 강화한 조치로 평가된다.
HOA의 권한은 실로 막강하다. HOA는 주택, 아파트, 콘도 소유주를 위한 규칙을 만들고 시행하며, 주민들이 직접 관리한다. 주민들은 이사회 구성원을 선출하고 해임할 수 있다. 캘리포니아에는 약 5만개의 HOA가 존재하고, 주민 10명 중 6명 이상이 HOA 규제를 받는다. 주민들은 월평균 278달러의 회비를 내고 있으며 이는 전국 최고 수준이다.
HOA는 지역 미관을 유지하고 시설을 관리하는 긍정적인 역할도 하지만, 잦은 벌금 부과로 갈등의 단초가 된 것도 사실이다. 산호세의 한 콘도 단지에서는 주민이 장을 보러 잠시 주차했다가 2,800달러의 벌금을 받은 사례가 알려지며 HOA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기도 했다. 캘리포니아의 한 주민은 에어컨 외부 커버 설치, 울타리 높이 위반 등 여러 사소한 위반으로 벌금이 누적되어 1,800달러의 벌금을 내야 했다. 특히 CCTV가 설치된 이후 HOA의 벌금 부과가 더욱 빈번해졌다는 주민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
물론 HOA 이사회들은 우려를 감추지 않고 있다. 커뮤니티협회연구소(CAI)의 루이스 브라운 변호사는 “규칙을 반복적으로 어기는 주민에 대한 제재 수단이 약화돼 오히려 분쟁이 늘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웃이 차고 앞에 RV를 장기 주차해도, 100달러만 내면 그만”이라며 실효성 문제를 제기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법이 HOA의 ‘과잉 통제’ 문화를 바로잡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본다. 캘리포니아주 주택소유자협회법센터의 마조리 머레이 대표는 “과거엔 위반 여부를 가릴 절차조차 없었다”며 “이제는 이사회가 ‘주민이 무죄임을 입증하기 전까지 유죄’라는 태도를 버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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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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