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다저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7차전까지 맞붙은 2025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는 매 경기가 드라마였다. 미일 정상 회담마저 멈춰 세웠던 3차전은 역대 최장 연장 18회까지 이어진 명장면의 총합이었다. 오타니 쇼헤이는 이 경기에서 무려 9출루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그럼에도 시리즈 클라이맥스는 11회 연장 끝에 다저스가 역전승한 7차전이었다는 데 이견이 없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이보다 더 극적인 월드시리즈 7차전은 과거 존재하지 않았다”고 공표했을 정도다.
■7차전 11회말 투아웃. 다저스 마운드를 지킨 주인공은 일본인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27). 키 178㎝ 단신으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투수가 된 그가 던진 마지막 공은 시속 92마일 스플리터였다. 다저스는 이 공으로 2연속 월드시리즈 제패를, 야마모토는 월드시리즈 원정 3승 투수와 MVP라는 기념비를 세웠다. 3경기에서 무려 215구를 던지며 클래이튼 커쇼로부터 “다시 볼 수 없는 퍼포먼스”라는 극찬을 받은 ‘작은 거인’에게 이목이 쏠렸다.
■투수에게 단신은 무엇보다 치명적인 단점이다. 키가 작아 팔이 짧으면 그만큼 공을 놓는 포지션이 타석과 멀어져 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를 억지스럽게 과한 투구폼으로 이겨내려다 팀 린스컴(177㎝)은 급히 전성기를 마쳤다. 이와 달리 175cm에 불과했던 한신 타이거즈 투수 무라야마 미노루는 통산 222승을 일굴 만큼 오래 빛났다. 물론 이면엔 포크볼을 잘 던지려 짧은 손가락을 찢었던 살기 넘치는 투혼이 있었다.
■단신 야마모토가 190cm를 훌쩍 넘는 MLB 선수들 가운데 발군이 된 해법은 이만큼 과격하지 않았다. 발상 전환이었다. 18세 야마모토는 야타 오사무를 만나 웨이트와 벌크업을 배제한 유연성 위주 훈련 ‘BC엑서사이즈’를 사사했다. 이후 10년간 상식에서 벗어나는 요가와 밴드, 초경량 창으로 전신 힘을 키우는 데 진력했다. 스포츠만큼 현실에 훌륭한 가르침을 주는 교본도 없다.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존재감을 드러내 생존해야 할 우리에게 야마모토 성공기는 흘려듣기 아깝지 않은가.
<양홍주 / 한국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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