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정부 셧다운과 정상화에 이르는 과정은 어떤 시각에서 보건 민주당의 참패였다. 민주당은 백악관과 공화당을 상대로 위험 부담이 큰 대치극을 벌였지만 원하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고, 그들이 내걸었던 메시지도 뿌옇게 흐려졌다. 셧다운을 지속할 수 있는 영향력도,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킬 의지도 없으면서 민주당은 도대체 왜 이런 대치극을 벌였을까?
이번 셧다운은 민주당의 무능함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민주당은 입으로는 무상보육과 같은 듣기 좋은 정책을 약속하지만 실제로는 부풀어진 관료제와 서툰 집행을 주도한다. 미국에서 생활비 위기가 가장 심각한 곳은 뉴욕, 일리노이, 캘리포니아 등 대개 민주당이 통치하는 지역이다. 이 지역들은 높은 세금과 치솟는 주거비, 교육과 인프라 같은 기본 분야에서의 정체된 성과로 특정된다.
미국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대도시인 뉴욕을 예로 들어보자.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 당선자는 반짝이는 새로운 프로그램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하길 원한다. 그러나 이미 걷은 돈이 어디로 갔는지 묻는 것이 먼저 아닐까?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의 임기말인 2012년 당시 뉴욕시 예산은 약 650억 달러였다. 오늘날 뉴욕시의 예산은 대략 1,160억 달러로 10년 사이에 75% 이상 증가했다.
2012년부터 2019년까지 시 정부의 지출은 물가상승률의 4배 넘게 뛰었지만 인구는 거의 늘어나지 않았다. 이 기간에 지하철은 낙후되고, 주거비는 허공으로 치솟았으며 교육 분야의 성과도 미미했다. 지난해 뉴욕시는 공립학교 학생 1인당 전국 주요 교육구 가운데 최고 수준에 해당하는 3만6,000 달러를 사용했지만 학생들의 학력은 평범한 수준에 머물렀다. 이런 결과는 더 많은 것을 약속하고, 더 많은 비용을 들여, 더 적은 성과를 내는 ‘블루스테이트 아메리카’를 정의하는 역설이다.
뉴욕주도 뉴욕시의 판박이다. 2000년도에 대략 700억 달러였던 지출은 오늘날 2,300억 달러로 확대됐다. 인구는 플로리다주가 수백만명이 더 많지만 지출규모는 뉴욕주가 두 배 이상 크다. 일리노이는 유치원에서 12학년까지 학생 1인당 약 2만2,000달러의 교육비를 지출한다. 이처럼 전국에서 가장 많은 교육비를 쓰면서도 공립학교 4학년생의 읽기와 수학 성적은 중간순위에 머물고 있다. 이런 결과를 지켜본 유권자들은 지출을 늘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합리적인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하지만 모든 문제에 대한 민주당의 본능적 대응은 지출 확대다.
사실 미국의 지방정부는 이미 빚더미 위에 앉아있다. 지난 수십년 동안 주와 도시들은 단기적인 정치적 화합과 장기적인 재정파탄을 맞바꾸었다. 막강한 공공분야 노조와 화평을 유지하기 위해 풍족한 연금과 복지혜택을 약속하지만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은 슬그머니 미래의 납세자들에게 떠넘긴다. 무책임한 약속에 따른 의무는 슬로모션처럼 천천히 작동하는 재정적 시한폭탄이다. 지금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언젠가 반드시 폭발한다.
한편 일상적 통치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숫한 민주당 강세지역에서 암세포처럼 전이된 규제는 마비를 불러왔다. 지역용도 규정, 환경검토, 임대로 통제와 노조에 대한 선심공세로 인해 주택 건설이 속터지게 느리게 진행되는데다 건축비가 워낙 비싸기 때문에 주택가격은 감당가능한 선을 넘어선지 오래다. 캘리포니아는 노숙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5년에 걸쳐 240억 달러를 투입했지만 오히려 상황이 악화됐다. 뉴욕은 지구상의 다른 어떤 도시보다 더 많은 마일당 지하철 건설비를 지출한다. 민주당이 새로운 계획을 내놓을 때마다 관료주의의 거풀이 한겹씩 추가된다.
뉴욕의 보도위에 길게 늘어선 녹슨 비계는 ‘새로운 정상’(new normal)으로 자리잡은 미국 도시들의 기능장애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비계는 공공의 공간을 범죄의 온상이자 상거래를 몰아내는 음침하고 더러운 터널로 바꾸어놓는다. 런던, 파리와 로마는 수세기전에 지어진 숫한 건물을 지니고 있지만 이들을 비롯한 세계의 주요도시들 가운데 이런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1980년 이래 뉴욕시는 일련의 안전 관련 법규를 도입했고 그 결과 계약업자와 컨설턴트들로 구성된 산업이 형성됐다. 역대 뉴욕시장은 저마다 개혁을 약속했지만 단 한 명도 성공하지 못했다. 에릭 아담스 역시 거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
맘다니 뉴욕시장 당선자도 개혁을 시도하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의 계획은 신속한 사업 검토와 새로운 규칙이 뒤섞인 복잡한 조합에 불과하다. 절차는 넘치지만 진전은 없는 전형적인 민주당식 접근법이다. 그리고 바로 이같은 접근법이 유권자들로 하여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허세와 협박을 용인하게 만드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트럼프는 최소한 일처리를 잘한다”는 게 유권자들의 다수의견이다. ‘조잡한 효율성’이 트럼프 대통령을 대변하는 이미지라면 민주당은 걸핏하면 갈피를 잡지 못한채 헤매는 테크노크라트처럼 보인다.
미국인들은 정부를 싫어하는게 아니라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정부를 혐오한다. 뉴딜 정책이나 주간 고속도로 건설처럼 제대로 시행될 것으로 여겨지는 야심찬 새 프로그램에 유권자들은 적극적인 지지를 보낼 것이다. 그러나 주택 건설, 학교시설 개선 혹은 예산 균형 조정에 무능력한 모습을 보이면 정부에 호의적이던 유권자들조차 신뢰를 접는다.
이들의 신뢰를 되살리길 원한다면 민주당은 잃어버린 ‘능력의 예술’을 재발견해야 한다. 그리고 민주당이 장악 중인 대도시를 제대로 통치함으로써 온 나라에 그들의 역량이 복원되었음을 입증해야 한다. 새로운 보조금을 약속하기 전에 학교 시설부터 수리하고, 임대료 동결을 요구하기 전에 건축 관련 규정부터 바꿔야 한다. 믈론 비계도 철거해야 한다.
미국의 자유주의는 한때 유능한 사람이 집행하는 현명한 정책이 대중의 삶을 개선한다는 자신감 넘치는 신념을 대변했다. 미국인들은 지금도 그것을 원한다. 하지만 민주당의 행동거지를 지켜본 유권자들은 60여년전 케이시 스텐겔이 기력을 상실한 뉴욕 메츠에게 그랬던 것처럼 민주당을 향해 돌직구 질문을 던진다. “여기 있는 선수들 중 누구도 이 게임을 할 수 없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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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 CNN ‘GPS’ 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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