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일이 있어 잠깐 서울을 다녀와야 했다. 11월초에 도착한 서울은 약간 쌀쌀한 듯 서늘한 바람에 가을이 깊어 가고 있었다. 서울거리에는 여전히 바쁜 일상의 사람들로 북적북적했고각자 목적지를 향해 걷는 사람들과 복잡한 도로 위로 끊임없는 차량들의 행렬들로 분주했다.
모두들 어디론가 열심히 가고 있었다. 매일매일 바쁜 일상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우리를 움직이게 한다. 어디를 가고, 누구를 만나고, 어떤 일들을 계획하고, 뛰고, 일하고, 끊임없는 움직임을 만들고 내고 있다.
여기 내가 살고 있는 남가주도, 서울도 우리 모두의 사는 모습이 별반 다르지 않다. 똑같은 일상들의 반복인 것 같다. 한국은 4계절이 뚜렷해서 11월초의 서울은 깊은 가을이 진한 가을의 멋을 풍기고 있었다. 서울 곳곳에도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고 서울을 조금 벗어난 외곽 지대에는 산에 단풍의 색깔이 짙어지고 있었다. 빨갛게, 노랗게, 주황색의 각각의 아름다운 단풍의 아름다운 빛들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한국 가을의 단풍의 아름다움에 마음이 벅차고 그 빛의 아름다움에 홀릴 지경이었다.
어느날 서울 외곽지역에서 만난 새빨간 단풍나무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의연하게 서 있는 모습에 마음을 빼앗겼다. 그 순간, 그 아름다움에, 깊은 숨을 쉬며 가을 바람을 느끼고 시간을 잊은 듯 했다. 그 잠깐의 순간이 영원의 시간 같았다.
그런데 우리는 얼마나 이런 순간들을 놓치고 사는지. 이런 단풍이 아니더라도 매 순간 우리는 어느 한 모퉁이에서 아름다운 순간을 마주칠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을 포착하지 못하고 얼마나 많이 놓쳤을지 반성해본다. 고요한 아름다운 순간일 것이다.
어느 날에는 행사를 마치고 지나가는 길에 어느 저수지를 들렀다. 그 저수지에는 얕은 물안개가 깔려 있었고 그 저수지에 기대여 사는 많은 종류의 새들이 있었다. 그들은 그들의 생긴 모습과 자기들의 생긴대로 자유롭게 누구를 의식하지도 않고 그 자연안에서 서로 더불어 살아가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은 아름답고 평화로웠다.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가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어느날에 , 어느 사찰에서 마주친 호박잎 된장국. 오랜 세월동안 묵힌 것 같은 된장에 호박잎을 넣고 끓인 소박한 된장국. 꾸밈도 화려함도 없는 본연 그대로의 소박한 향긋한 된장국이었다.
그 된장국을 한 숟가락 입에 넣는 순간 나의 모든 세포들은 그 맛에 숨이 멎는 듯 그냥 그렇게 멈춰 버린 듯 했다. 그 순간, 몸 깊은 곳에서 감동으로 휘몰아 치고 있었다. 그 된장국은 마치 수고한 우리의 삶을 위로해 주는 듯 했다. 그 된장국은 내 몸의, 내 영혼의 쉼터 같았다. 그 짧은 순간에 이 모든 것을 느껴버렸다. 내 안의 고요함을 느낀 순간이었다.
또 어느 날엔, 지나가는 길에 그 유명하다는 덕수궁 돌담길을 보았다. 양해를 구하고 차에서 내려 그 돌담길로 향했다. 노란 은행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고 돌담길을 따라가는 길 위엔 노란 은행잎들로 깔려있었다. 한걸음 한걸음 내딛으며 깊은 사색에 빠질 것 같은 순간이었다. 우리 주변의 한 모퉁이에서 이런 감성을 느낄 수 있고 이런 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은 축복 같았다. 우리 모두가 느낄 수 있는 행복한 순간인 것이다. 이런 순간은 우리에게 작은 위로와 쉼터가 되어준다.
이런 순간들을 발견하고 즐길 수 있을 때 우리의 바쁜 일상에도 한 줄기 충만한 행복을 선사해준다. 이 아름다운 순간 이런 쉼터를 만난다면 우리의 삶은 결코 메마르지도 각박하지도 않을 것이다. 우리의 삶이 더욱 여유로워지고 위로 받으며 내일을 살아갈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줄 것이다. 우리의 영혼이 풍요로워질 것이다.
서울의 한 모퉁이에서 발견한 향기 깊은 가을의 아름다움에 취해 보았다. 여기 미국에서 살고 있는 우리도 매순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곳에서 어떤 모퉁이에서 깊은 향기와 아름다움을 마주칠 것이다.
바쁜 일정에도 깊어가는 가을 자락에서 만난 작은 쉼터들을 발견했을 때 내 마음은 그 아름다움에 방울방울 눈물이 되어 흘러 내리며 나의 영혼을 위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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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 최 한미가정상담소 이사장 가정법 전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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