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은 2월 18일이다. 지난 해 성지 주일에 받았던 성지 가지를 태워 재를 만들고 머리에 재를 얻는 예식을 거행한다. 신부님은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라’는 성경 말씀도 주신다. 흙으로 돌아가는 인간 존재의 유한함을 알려주는 재의 수요일은, 타버린 재처럼 육신 안의 탐욕과 오만을 버리고 가장 근본적인 ‘나’로 돌아 가는 과정. 절제와 성찰과 동행을 통해 내 내면의 모습들을 들여다 보는 시간이다.
사순 기간은 재의 수요일부터 부활전 성주간 목요일까지 매 주일을 제외하고 40일이다. 40 이라는 숫자는 성경에서 중대한 일을 준비하는 기간을 상징한다. 모세는 십계명을 받기 전 40일간 제사를 지냈고, 엘리야는 호렙산을 오를 때 40일을 걸었다. 예수님께서도 공생활을 시작 하시기 전 40일 동안 광야에서 단식 하셨다. 광야는 고립과 배고픔이라는 고통의 공간을 뜻한다. 다시 말해 고난을 만나면서 내면의 소리를 듣는 일인 것이다.
인간은 지치고 힘들 때 진정한 자아를 만날 수 있단다. 일상의 소음을 배재해야만 내면의 소리가 들린단다. 기쁜 마음으로 주님 부활 대 축일을 맞으려면 이 사순시기를 잘 준비해야 한다. 스스로 반성하고 희생과 극기를 통해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에 동참하는 자세. 구체적으로 나눔을 실천하고, 사랑을 나눌 때 주님 부활을 맞는 우리의 자세가 비로서 완성 되는 것이다. 나에게 올 해의 사순시기 의미는 더 크게 와 닿는다. ‘사목회장’이라는 자리, 무겁게 받아드렸다. 조심스럽게 성탄을 준비했고, 은총 가득했던 시간을 지냈다. 겨울 추위 속에서도 따뜻하기만 했던 고마운 시선들. 감사의 마음을 가득 채워 이제 ‘사랑’과 ‘희생’의 사순시기를 시작한다. 덜어내고, 비우며, 삶을 한걸음 뒤에서 바라보는 작업. 금요일의 단식과 금욕의 절제가 기본이 되며 십자가를 지고 돌아가신 예수님을 기리는 ‘십자가의 길’ 기도를 올리며 주님의 부활을 기다린다.
사순절, 영어로 Lent.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 예수의 모습과 피 땀 흘리시는 예수를 닦아 드리는 베로니카가 되어 고행에 동참한다. 십자가의 길. 우리를 위하여 십자가 위에서 숨을 거두신 예수의 모습을 묵상하며, 그 끝에는 ‘부활’이 기다리고 있음을 깨닫는다. 절제는 육체의 허기를 영혼의 갈망으로 바꾼다. 삶의 화려한 수식어가 아닌 담백한 한 문장으로 재 탄생되는 일이기도 하다. 성찰은 욕망으로 가려진 내면의 그림자를 응시함으로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을 관찰하게 한다. 동행은, 고난 받는 이들의 아픔을 함께하는 용기로 표현된다. 묵상과 성찰을 통해 부활, 이라는 빛으로 가기 위해 정면으로 어둠을 마주하는 용기. 이 사순 시기를 통해 우리는 성장하고 주님이 보시기에 맞갖은 신앙인으로 다시 태어 날 수 있다.
특별히 올 해는 용기를 내어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며 동행해 보려고 한다. 나태해진 나를 깨우치며. 십자가 지고 가시는 예수의 모습이 먼 산으로 실루엣이 되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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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은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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