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혼례도(回婚禮圖)
▶ 단원(檀園) 김홍도(金弘道), (평생도8폭 병풍중) 국립중앙박물관
홍안(紅顔)으로 서로 만나 백년해로 기약하고
육십 년 함께 하며 희로애락 나누었네
자손들이 정성모아 회혼례 차려 주니
모란 병풍 두른 앞에 붉은 초를 밝혔다네
육십 년 전 혼례식장 변함이 없건마는
머리는 백발이요 허리는 굽었구나
한 세월 어찌 갔나 모두 꿈만 같구나
이 그림은 단원 김홍도가 그린 것으로 알려진 <평생도8폭(平生圖8幅)>병풍의 하나이다. 평생도는 돌잔치, 혼인식, 삼일유가(三日遊街), 새로 임명된 고위 관직의 행차, 관찰사 부임, 판서 행차, 정승 행차, 회혼례 등 8가지 조선시대 양반들의 일생을 그린 풍속도로서 조선시대 사대부 양반층이 가장 바라던 이상적인 일생을 그림으로 나타낸 것이다. 이 중 회혼례는 혼인한 지 60년인 노부부가 초례를 올렸던 곳에서 자손들과 일가친척, 하객의 축복을 받으며 열었던 보기 드문 행사였다.
조선시대에는 평균 수명이 짧아 60세를 넘어 사는 것도 흔치 않았지만, 결혼한 부부가 60년을 해로(偕老)한다는 것은 더욱 드물었다. 부모의 결혼 60년을 축하하는 회혼례(回婚禮)는 사대부 집안에서 자손들이 부모를 위해 베푸는 경사스러운 잔치였으며, 요즘 시대의 소위 리마인드 웨딩(remind wedding)의 원조라 하겠다. 회혼례는 부모가 혼례복을 입고 신랑 신부로서 다시 혼례식을 올리는 것으로, 집안의 며느리들이 시어머니에게 혼례복을 입히고 화장을 해드리며 축하한다. 비록 젊을 때 모진 시집살이를 시켰던 시어머니라 할지라도 이 잔치에서는 모든 것을 다 잊고 부모의 해로를 축하하는 진정한 마음이었을 것이다. 또한 자손들이 노부부의 건강과 장수를 기원하며 술잔을 올리는 헌수례(獻壽禮)가 있고 축하의 시문(詩文)을 바치는 의례가 있다. 이 드물고 즐거운 회혼례 잔치는 온 마을이 축하하는 성대한 잔치이기도 했는데, 높은 관직을 지낸 바 있는 노신랑(老新郞)에게는 임금이 궤장(几杖)이라는 안석과 지팡이를 축하 선물로 하사하기도 했다.
이 그림에서는 족두리를 쓴 며느리들이 빨간 옷을 입은 노신부(老新婦)를 거들고 있고 양쪽에 붉은 촛불이 밝혀진 회혼례 상 앞에 아들들이 아버지인 노신랑(老新郞)을 부축하고 있다. 그 당시에는 자손이 많을수록 다복하다고 하였으니, 아들, 딸, 며느리와 사위, 손자, 손녀, 증손자, 증손녀 등 많은 후손들이 북적대는 흥겨운 잔치의 분위기가 이 그림에서 느껴진다. 회혼례가 거행되는 안채 밖에 있는 정자에서는 초대된 귀빈들이 앉아서 담소하고 있고 하인이 술과 안주를 부지런히 나르는 모습이 보인다. 지붕 너머로 붉은 감이 주렁주렁 열린 감나무가 있는 것으로 보아 계절은 가을이다. 이 그림이 단원에 의해 그려졌다는 것을 증명하는 이름과 낙관이 확실히 찍혀 있지 않아 단원에 의해 그려졌다고 전해지는 것으로만 알려졌다. 단원이 그린 이 평생도를 모방한 유사한 그림들이 19세기에 이르러 다른 사람들에 의해 민화(民畵)로 많이 그려졌다고 한다.
생활 수준이 높고 의료 기술이 발달하여 100세 인생 운운하는 요즈음 세상이지만, 부부가 60년을 동고동락(同苦同樂)하면서 해로한다는 것은 조선시대는 말할 것도 없고 지금도 흔치 않다. 옛 조상들의 회혼례 그림을 보고 그동안 인생을 함께 살아온 부부끼리 서로에게 감사하며 아끼는 마음을 되잡아 볼 수 있다면, 비록 회혼례까지는 가기 힘들더라도 한 번뿐인 소중한 인생을 함께한 부부의 인연과 정은 이에 못지않음을 우리는 다시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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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용 교수 (메릴랜드대 화학생명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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