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사람들’(The Leavers)은 아시아계 미국 작가 리사 고가 2017년에 발표한 소설이다. 그녀는 이민자의 경험을 개인적 서사로 풀어내는 작가로 평가받는다. 서류미비 여성들이 투옥되거나 추방되면서,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을 빼앗겨 다른 미국 가정에 입양 보내야 했던 실화에서 영감을 받아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주인공은 중국계 미국인 소년 데밍이며, 어머니의 사정으로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중국의 외할아버지 밑에서 지내다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온다. 이 소설의 핵심은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하는 존재’의 이야기다.
법적 서류 없이 빚을 지고 미국에 온 어머니의 삶은 고달프지만, 모자는 뉴욕 바닷가를 함께 찾기도 하며, 가난 속에서도 서로 의지해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는 아무런 설명 없이 사라진다. 결국 데밍은 뉴욕 북부의 중상층 백인 부부에게 입양되어 다니엘(Daniel)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게 된다. 안정된 삶을 제공받지만, 그 삶이 자신의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백인 중심의 학교와 사회 속에서 느끼는 외로움에 더해, 양부모와의 문화적 차이 역시 크다. 과거를 지우고 새로운 정체성에 적응하라는 요구는 오히려 그 마음에 혼란만 더한다. 그는 이 삶을 마치 임시로 맡은 역할처럼 여기며, 언젠가 일이 끝나면 돌아갈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버틴다. 그런 생활 속에서 그는 음악에 빠져들고, 위안을 얻는다. 음악을 통해 공감할 수 있는 친구를 만나 밴드를 결성하고, 전자 음악을 통해 해방감을 느낀다.
어머니의 떠남을 이해하지 못한 그는 한때 자신이 버림받았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성인이 된 그는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 뉴욕으로 돌아간다. 그는 어머니의 행방에 대한 단서를 찾지만, 한편으로는 나이 들어 보이는 양부모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 때문에 어머니의 소식을 추적하는 일이 마음에 걸린다.
이 작품은 단일한 줄거리를 따라가기보다 다니엘과 어머니의 시점을 교차해 보여 주며, 두 사람의 삶이 점차 연결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마침내 어머니를 만난 다니엘은, 그녀에게서 과거의 이야기를 듣는다. 어머니는 불법체류 신분으로 단속에 걸려 체포되어 텍사스의 임시 수용소에 구금되었다. 그 곳에서 온갖 방법을 동원해 보았지만, 아들에게 연락할 길은 없었다. 그녀는 그곳에서 14개월 동안 구금된 뒤 추방당했고, 그 후 중국에서 살아가면서도 누군가 잡으러 오는 악몽을 꾼다. 고향으로 돌아온 그녀는 모든 것을 잃은 채 낯선 삶과 마주하지만, 활달하고 진취적인 성격으로 다시 삶을 꾸려나간다. 이후 결혼을 하고, 영어 학원을 운영하며 살아간다.
다니엘은 중국에서 어느 정도 소속감을 느끼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를 완전히 그곳의 사람으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그의 중국어 억양과 옷차림, 행동에서 어딘가 어색함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그곳에서도 평안을 느끼지 못한다. 오래 떨어져 지낸 탓에, 그는 어머니에게도 여전히 과거 속의 아들로 남아있다.
이제 어머니와 양부모는 모두 부모로서 다니엘의 사랑을 차지하고 싶어 한다.
결국 다니엘은 중국을 떠나 다시 미국으로 향한다. 처음으로 스스로 선택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기쁘다. 그동안 그의 삶은 늘 누군가가 세운 기준과 계획 속에서 흘러왔다. 중국에서 그는 완전히 그곳에 속하지 못했고, 모든 게 낯설고 멀게 느껴졌다. 미국으로 돌아오니 낯설지는 않지만 온전히 편안하지도 않다. 다니엘은 중국에서도, 미국에서도 제대로 속하지 못한다. 언어와 문화, 기억과 감정 사이에서 그는 늘 경계에 서 있다.
두 세계는 모두 그의 일부였지만, 동시에 어느 한 곳도 완전히 그를 품어 주지는 않았다. 그 경계 위에서 그는 비로소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 간다. 그는 중국계 미국인이며, 어릴 적 친구인 마이클과 함께 살며 편안하게 느낀다. 다니엘은 비로소 일상의 삶을 스스로 꾸려 가기 시작한다.
개인의 삶은 때로 제도와 사회 구조에 의해 뒤틀린다. 다니엘 모자의 비극은 단순히 개인적인 불행이 아니라 사회적 시스템이 만들어 낸 결과다. 한 아이의 삶이 변하고, 정체성은 오래 흔들린다. 그러나 방황하던 그는 스스로 선택하기 시작한다. 어쩌면 삶이란 자신이 속할 곳을 찾는 일이 아니라, 버티며 스스로 자기 몫의 자리를 만들어 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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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영 재미수필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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