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과 뉴저지 지역 공립학교가 일제히 여름방학에 들어갔다. 긴 여름동안 아이들은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까? 9월 백투스쿨을 앞두고 보람찬 여름방학을 보내었지 하고 뿌듯해지자면 부모가 어떻게 해야 할까?
지난 봄부터 석달 간, 직장에 다닐 때는 갈 엄두를 못내었던, 아이들을 학교로 데려다주고 데려오는 일을 하면서 뉴욕시의 교육현장을 눈으로 보았다. 미국의 초등학교는 일정한 시간에 현관문을 열고 수업이 끝나면 학년별로 다른 출구로 아이들이 나온다. 교사가 자기반 아이들을 인솔하고 나와서 보호자와 눈을 마주친 후에야 아이를 건네준다.
학교문은 오전 8시면 닫히므로 늦어도 7시50분까지는 입구에 데려다주어야 하고 수업이 끝나고 오후 2시20분이면 아이들이 나온다. 그 시간이면 픽업하러 온 조부모, 학부모들이 출구 앞에 몰려와 있다.
나는 보통 10분이상 전에 학교 앞에 가서 기다리는데 오후 2시10분이 되면 출구 문이 활짝 열리면서 머리를 제멋대로 흔드는 아이, 헐렁헐렁 걸어오는 아이, 마구 소리를 치며 걸어오는 아이들이 나온다. 보호 교사가 아이의 손을 꼭 잡거나 안다시피 하여 걸어 나와 대기한 노란 스쿨버스에 올라타는 것을 보았다. 이 아이들은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 자폐스펙트럼 장애아들이었다. 이 학교 3층에 특별학교가 있고 아래층의 일반 학교와는 등교와 퇴교시간, 점심시간이 각각 달라서 마주치는 기회가 없다고 했다.
뉴욕시는 이러한 특별 프로그램을 참으로 잘한다고 생각한 것이 이외에도 보통의 학급에서 정상적 수업을 받는 아이가 땅콩 앨러지나 심한 아토피를 지녔다면 이 아이에게도 보조교사가 옆에 앉아 먹는 것, 입는 것을 체크하고 챙겨주고 있었다. 뉴욕시에는 영재 프로그램이 지역별로 있지만 이처럼, 장애아들이 자신이 사는 학군의 장애특별프로그램에서 교육받을 권리도 있다.
학교 픽업 외에 학년별 콘서트도 여러 번 가게 되었는데 아이들은 무대에 서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 주고 싶어서 부모나 조부모가 꼭 오라고 한다. 콘서트는 아침 9시에도 하고 오후 5시에도 수시로 하는데 강당 앞에는 울긋불긋한 장난감과 학용품 시장이 선다. 학부모협회(PTA) 회원들이 순번제로 봉사하는데 판매대금은 아이들이 견학을 갈 때 사용한단다.
콘서트라고 해야 개인 공연은 없고 학년별로 단체로 나와 율동을 하며 노래를 부르는데 고학년 아이들이 로제의 ‘아파트’를 신나게 불러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아시안이 많이 사는 베이사이드 지역이라선지 외국 동요는 물론 한국 동요도 불렀다.
지난 5월 스프링 콘서트 날, 3명의 아이에게 2불씩 주고 사고 싶은 것을 사라고 했다. 머리띠, 핀, 공, 스티커, 곰인형, 풍선, 노트, 연필, 지우개 등 1~5달러짜리 저렴한 물품들을 어느 세월에 팔아서 견학비에 보탤까 싶었다. 연방 교육기금이 줄고 학교 예산이 줄어들어서 그렇다니 뉴욕시 교육 재정의 심각성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나마 올해에는 초콜릿이나 캔디, 쿠키 판매 이벤트는 없었다.
이번 방학동안 아이들은 매일의 숙제가 없어 신나겠지만 학기 중에 부족했던 과목의 공부, 골프나 테니스, 체조 등의 스포츠 활동, 배우기를 미뤘던 악기나 기타 활동 등등 계획이 많을 것이다.
대부분의 한인학생들은 교회 서머스쿨, 패밀리 여행, 한국방문 프로그램, 도서관이나 비영리 프로그램에 참여하겠지만 몸이 불편하거나 정신이 아픈 아이들을 위한 자원봉사는 어떨까.
한인 장애인자립지원단체 시다(CIDA)는 뉴욕에서 유일하게 한인 학부모들을 위한 부모센터를 운영해 오고 있다. 최근 연방정부 예산안에서 전국 94개 부모센터 예산이 전면삭감된 상황이라 장애인들의 교육/상담 지원이 중단될 기회에 처해질 수 있다고 한다.
저학년인 경우 부모가 여름방학 스케줄 및 실행을 이끌고 가지만 고학년인 경우 여름방학 계획을 들어보고 조언과 후원을 해주어야 한다. 휴식의 시간도 필요하지만 여름방학이 봉사와 도전의 기회가 되는 데는 부모의 역할이 크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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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뉴욕지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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