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나무꽃 그늘에 앉아본 적이 있는지 그 그늘의 한 소절에 기대어 익숙한 노래를 불러본 적이 있는지 그 어느 때던가 함박나무는 마약 같은 이름을 지녔다고 생각했지 함…
[2007-08-07]나는 나를 떠나 수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잠들어 있는 내가 다시는 깨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나를 들이마신 사람들의 위장 속에서 돌아갈 길이 너무 멀어 주저 앉아버린 사람들처…
[2007-08-02]나 그날 그 자리에 있었네 아홉 살의 어느 날 밤 때마침 할아버지와 나밖에 없던 집 내 눈앞에서 으으윽,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입을 비틀며, 승하야…… 하야…… 무…
[2007-07-31]바람이 몹시 부는 날 지붕이 비슷비슷한 골목을 걷다가 흰 비닐에 덮여 있는 둥근 지붕 한채를 보았습니다. 새가 떨고 있었습니다. 나무 꼭대기에 앉아 있다가 날개를 …
[2007-07-26]하루 종일 바쁘게 거미줄을 치고 다녔다 하얗게 혓바늘 돋도록 뽑아내어도 내어 걸 마땅한 자리를 차지하기는 아슴한 서커스보다 어려운 세상 요행들이 걸릴 만한 곳은 누군…
[2007-07-24]낮은 음계로 비가 옵니다. 그리운 먼 소식인 양 비가 옵니다. 사막의 타는 덤불숲에도 목마름에 숨막히는 가슴에도 비가 옵니다. 기쁜 일도 슬픈 일도 고요속에 맞으리라 뜰로 나섭니…
[2007-07-19]한겨울의 쇠난간 같다 물렁한 살들이 시멘트처럼 굳게 움켜잡은 인연의 끈들 부서져야 뽑히거나 안국동과 종로에서 우연히 만나 언제 술 한잔 건성으로 기약하거나 잡으면 …
[2007-07-17]강동 바닷가 마을에는 참 큰 가방이 하나 있다 지퍼같은 수평선을 열면 멸치 가자미 꽃게 고래까지 온갖 잡동사니가 쏟아진다 가끔은 타고 나간 배 한 척 다 집…
[2007-07-12]나이든 남자가 혼자 밥 먹을 때 울컥, 하고 올라오는 것이 있다 큰 덩치로 분식집 메뉴표를 가리고서 등 돌리고 라면발을 건져올리고 있는 그에게, 양푼의 식은 밥을 놓고 동…
[2007-07-10]나는 지금 애인의 왼쪽 엉덩이에 나 있는 푸른 점 하나를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오래 전 내가 당신이었을 때 이 푸른 반점은 내 왼쪽 가슴 밑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구과학 …
[2007-07-05]이파리 무성한 등나무 아래로 초록 애벌레가 떨어지네 사각사각사각, 제가 걸어야할 길까지 갉아먹어서 초록길을 뱃속에 넣고 걸어가네 초록 애벌레가 맨 땅을 걷는 동안 …
[2007-07-03]가족은 무슨 넝쿨일까 혼자 떨어져 살 때는 옆구리 허전하여 팜트리 밑둥도 감아보고 붉은 벽돌담 타보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허리를 잡히거나 움켜쥔 아랫도리 주르르 흘러내렸다. 신…
[2007-06-28]왼쪽을 못 쓰는 반편이 그는 초상집 찾아가 대신 울어주며 하룻밤 한뎃잠 가리는 것이 보수의 전부 영정을 바라본 후 목청 뽑아 아이고 할매 할매 망인과 생인을 확실하게 갈라주던 …
[2007-06-26]아직도 호미질 하던 생 끝내지 않고 밭이랑 잡초 뽑아 던지시는지 봉분위에 쌓여 뿌리 내렸다 불볕더위 아랑 곳 없이 키 재기 하듯 자라나는 잡초들 칡덩굴도 슬금슬금 다…
[2007-06-21]이사온 그는 이상한 사람이었다 그의 집 담장들은 모두 빛나는 유리들로 세워졌다 골목에서 놀고 있는 부주의한 아이들이 잠깐의 실수 때문에 풍성한 햇빛을 복사해내는 그 …
[2007-06-19]달밤이던가 볼록한 블라우스 같은 꽃을 안고 가던 길 달빛이 꽃의 손을 잡고 달의 뒤쪽까지 뚫린 구덩이를 다녀오자 상처를 핥아먹으려고 고양이가 따라왔다 어둠이 키워서 한쪽…
[2007-06-14]오뉴월 꽃그늘이 드리우는 마당으로 우체부는 산골 조카의 편지를 놓고 갔구나, 바람 한 점 흘리지 않고 꽃씨를 떨구듯. 편지는 활짝 종이 등을 밝히며 서로를 파란 가슴을 맞대…
[2007-06-12]어쩌면 이렇게도 불경스런 생각들을 싹싹 핥아서 깨끗이 비워놨을까요 볕 좋은 절집 뜨락에 가부좌 튼 개밥그릇 하나 고요히 반짝입니다 단단하게 박힌 금강(金剛)…
[2007-06-07]장맛비 주춤한 사이로 저녁이 온다 낮동안 빗속에 갇혀있던 개구쟁이 두엇 고샅으로 나와 고립된 정적을 흔든다 애 인 아 노 올 자 호방한 소리로 공중을 흔들…
[2007-06-05]눈독들일 때, 가장 아름답다 하마 손을 타면 단숨에 굴러 떨어지고 마는 토란잎 위 물방울 하나 이인원(1952~) ‘사랑은,’ 전문 놀라워라! 이토록 …
[2007-05-31]생후 3개월 아들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뉴저지 한인 여성 그레이스 유씨에게 징역 5년형이 선고됐다.13일 뉴저지주법원 버겐…
최근 LA와 뉴욕, 워싱턴을 비롯해 미 전국적으로 이민당국의 강력한 불법체류자 단속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애난데일과 스털링…
14일 워싱턴DC에서 육군 창설 250주년을 축하하는 대규모 열병식(퍼레이드)이 열렸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79번째 생일날이기도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