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서 아버지 튀어나온다고향 떠나온 지 사십 년아버지로부터 도망 나와아버지를 지우며 살아왔지만문신처럼 지워지지 않는 아버지몸 깊숙이 뿌리 내린,캐내지 못한 아버지여태도 나를 입고…
[2024-02-13]깊은 밤 남자 우는 소리를 들었다 현관, 복도, 계단에 서서 에이 울음소리 아니잖아 그렇게 가다 서다 놀이터까지 갔다 거기, 한 사내 모래바닥에 머리 처박고 엄니, 엄니, 가로등…
[2024-02-06]어느 산골 마을 농부는 사과꽃이 핀다고 말하지 않고 사과꽃이 온다고 말한다 사람이 오는 것처럼 저만치 사과꽃이 온다고 말한다 복을 빌어 줄 때도 너에게 사과꽃이 온다고 말한다 하…
[2024-01-30]어머니 아흔셋에도 홀로 사신다.오래전에 망한, 지금은 장남 명의의 아버지 집에 홀로 사신다.다른 자식들 또한 사정 있어 홀로 사신다. 귀가 멀어 깜깜,소태 같은 날들을 홀로 사신…
[2024-01-23]백로는 늘 같은 곳으로 출근을 한다웬만한 비에도 끄떡없이 제자리를 지킨다큰물이 지나가자 어김없이 짝다리로 서서목을 길게 빼고 물결을 뚫어져라 응시한다같은 자리, 같은 자세로처자식…
[2024-01-16]글쎄, 해님과 달님을 삼백예순다섯 개나공짜로 받았지 뭡니까그 위에 수없이 많은 별빛과 새소리와 구름과그리고꽃과 물소리와 바람과 풀벌레 소리들을덤으로 받았지 뭡니까이제, 또 다시 …
[2024-01-09]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시가 뭐냐고나는 시인이 못 되므로 잘 모른다고 대답하였다.무교동과 종로와 명동과 남산과서울역 앞을 걸었다.저녁녘 남대문 시장 안에서빈대떡을 먹을 때 생각나…
[2024-01-02]언니,우리 통영 가요첫눈 오는 날 아는 동생이 통영에 가잔다 생선을 좋아하지 않으면서 도다리쑥국을 먹잔다그 사람은 일 년에 한 번 꼭 통영엘 간대요나는 통영에 여러 번 가 봤고 …
[2023-12-26]한때 세상은날 위해 도는 줄 알았지날 위해 돌돌 감아 오르는 줄 알았지들길에쪼그려 앉은 분홍치마 계집애‘애기메꽃’ 홍성란쪼그려 앉은 무릎을 펴고 일어서보니 키가 훌쩍 자랐지. 분…
[2023-12-19]여섯 쪽을 갈라한 쪽을 심어도어김없이 육 쪽이 되는 마늘서리 내린 논밭에다두엄 뿌려 갈아 묻고짚 덮어 겨울 나면봄 앞질러언 땅 뚫고 돋는 새순맵기는 살모사 같고단단하기는 차돌 같…
[2023-12-12]거기 있다는 걸 안다.빈틈을 노려 내가 커다란 레프트 훅을 날릴 때조차 당신은 유유히 들리지 않는 휘파람을 불며 나의 옆구리를 치고 빠진다.크게 한 번 나는 휘청이고 저 헬멧의 …
[2023-12-05]산토끼가 똥을누고 간 후에혼자 남은 산토끼 똥은그 까만 눈을말똥말똥하게 뜨고깊은 생각에 빠졌다지금 토끼는어느 산을 넘고 있을까‘산토끼 똥’ 송찬호산토끼 똥도 산토끼를 그리워하는구…
[2023-11-28]연모한다고 말하기가 좀처럼 어렵다어느 날 내가 죽었다면 말하지 못한 것을 후회할 것이다내가 죽었는데 그걸 모른다면 나는 내 죽음을 후회할 것이다세상이 단순해져서 슬픔도 단순해진다…
[2023-11-21]며칠 전 물가를 지나다가좀 이르게 핀 쑥부쟁이 한 가지죄스럽게 꺾어왔다그 여자를 꺾은 손길처럼외로움 때문에 내 손이 또 죄를 졌다홀로 사는 식탁에 꽂아놓고날마다 꽃과 함께 식사를…
[2023-11-14]한 달 전에 돌아간 엄마 옷을 걸치고 시장에 간다엄마의 팔이 들어갔던 구멍에 내 팔을 꿰고엄마의 목이 들어갔던 구멍에 내 목을 꿰고엄마의 다리가 들어갔던 구멍에 내 다리를 꿰!고…
[2023-11-07]행복공장을 왜 하냐구요?제가 행복하지 않아서.행복해 보이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다들 수심이 가득해 보여서.행복하지 않은 내가너를 물들일 것 같아서.행복하지 않은 너에게내가 물들 …
[2023-10-31]어릴 적 논둑에 앉아똥 누다 처음 본 꽃똥 누고 일어설 때면발바닥부터저릿저릿 피가 돌아서일어서다 주춤다시 보던 꽃언제부턴가밥상머리에 마주 앉아목이 메인 꽃밥상 차리시는젊은 아버지…
[2023-10-24]그럭저럭 사는 거지.저 절벽 돌부처가망치 소리를 다 쟁여두었다면어찌 요리 곱게 웃을 수 있겠어.그냥저냥 살다보면 저렇게머리에 진달래꽃도 피겠지.‘진달래꽃’ 이정록시루떡 향초 꽂아…
[2023-10-17]시라는 게 다 뭐꼬?배추시 아니면 고추시그럼 아니 아니 호박시호박시를 한번 심어볼까?내 평생 시라고는 종자 씨앗으로만 생각했다호박시를 큰 화분에 심어놓고매일같이 시가 되어 나오라…
[2023-10-10]반짝반짝 하늘이 눈을 뜨기 시작하는 초저녁나는 자식 놈을 데불고 고향의 들길을 걷고 있었다.아빠 아빠 우리는 고추로 쉬하는데 여자들은 엉덩이로 하지?이제 갓 네 살 먹은 아이가 …
[2023-10-03]생후 3개월 아들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뉴저지 한인 여성 그레이스 유씨에게 징역 5년형이 선고됐다.13일 뉴저지주법원 버겐…
최근 LA와 뉴욕, 워싱턴을 비롯해 미 전국적으로 이민당국의 강력한 불법체류자 단속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애난데일과 스털링…
14일 워싱턴DC에서 육군 창설 250주년을 축하하는 대규모 열병식(퍼레이드)이 열렸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79번째 생일날이기도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