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를 반으로 자르는 노인을 보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피클이나 양파를 넣지 않은 통밀빵으로 만든 아마도 평범한 로스트비프 샌드위치 떨리는 팔을 흔들리지 않게 식탁…
[2015-09-01]둥근 천정의 도시, 둥근 그림자로부터 한 송이 눈꽃이, 아무런 무게도 없는 저 작은 눈보라의 한 조각이 당신의 방으로 떨어진다. 거기 안락의자에 앉아, 책에서 눈을 들어 …
[2015-08-27]자매 하나가 뒤를 캔다는 소릴 들었다 거기 내 뒤뜰 낙엽 다 떨어져 휑하니 고독한데 뿌리 없는 말들 오가고 바람은 나대신 입을 다문 채 가지에 앉은 새처럼 내려오지 …
[2015-08-25]이건 영화 제목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런 영화가 있다면 그 영화를 보고 싶군요. 하마만이 가질 수 있는 짧은 다리와 큰 머리를 가진 그들을 난 좋아하니까요, 수백 마리 …
[2015-08-13]화엄경 펼쳐놓고 산창을 열면 이름 모를 온갖 새들 다 읽었다고 이 나무 저 나무 사이로 포롱포롱 날고 풀잎은 풀잎으로 풀벌레는 풀벌레로 크고 작은 푸나무들 크고 작은 …
[2015-08-11]마냥 좋았네 나는 아들과 둘이 여덟 시간을 함께 대화하며 차를 달릴 수 있다는 생각에, 대학에 가 있던 4년 동안 우린 텍스트나 간간 했었을 뿐이었지. 드디어 온전한 문…
[2015-08-06]남대문 상가에서 지게 품팔이 하던 남자 폼 나게 살겠다고 처자식 데리고 건너 온 미국 주말 땡볕 공터에다 천막치고 신발 펼친다 이국인의 눈에도, 그의 눈에도 짙은 눈썹의…
[2015-08-04]송어를 찐다 다진 생강과 두 줄의 파, 그리고 참기름. 점심은 밥과 송어찜이다. 남동생, 여동생, 그리고 어머니와 함께 먹을 것이다 어머니께서는 가장 맛있는 머리 부분을…
[2015-07-30]종각을 베고 하루 종일 잠만 청하신다. 보신각 종소리 덩그렁, 덩그렁 머릿속을 굴러다녀도 도저히 기침하려 하지 않는 삶 머리맡, 부산히 지나고 지나는 만백성, 그들 …
[2015-07-28]전기가 나갔을 때 도시는 어둠 속에 잠기고 친구의 노란 아파트를 향해 우리는 북쪽으로 차를 몰았지 친구의 아파트에는 전기가 있어 작업을 할 수가 있었다네. 어두운 아파…
[2015-07-23]여름밤 내내 팔거천변 돌고 또 돌았습니다. 아직 물고기 펄떡이는 물 속 물새알 낳기도 하는 풀숲 달맞이꽃 지천으로 피어 십 수년째 오르지 않는 집값 펴지기를 깨금발로 기다리지만 …
[2015-07-21]야생 사과 떨어지는 소리. 빛은 고통을 모르지. 우리를 핥아주는 뒤뜰 불붙는 듯 푸른, 신발박스로 잡은 그 여우. 너의 셔츠는 회복의 텐트 안에서 보는 성좌들. 손…
[2015-07-16]눈발 사이로 행인들의 바지 가랑이 사이로 얼핏 땅바닥에 주저앉은 사람이 보였다. 행인들이 주춤거리다 미소를 지었다. “1인당 100 투그릭” 노인이 체중계를 놓고 무…
[2015-07-14]당신이 한 스푼 바닐라아이스크림이고 나는 당신의 앉아있는 아이스크림콘이라면, 당신이 투수가 슬로우모션으로 친 야구공이고 내가 바로 그 야구방망이라면 당신이 반짝이는 새…
[2015-07-09]책을 당기자 활자가 흐릿해진다. 깜짝 놀라 몸을 물리자 불을 켠 듯 선명해진다. 노안이다! 세상이란, 너무 가까이 할 것이 못 된다는 세월의 충고. 깊숙이 들이민 몸뚱이를 …
[2015-07-07]자동차와 사람은 너무 많고 모네의 전시도 볼 수 없게 된 우리는 미술관에서 1마일 정도 떨어진 Bowl 연못에서 일요일 아침을 보냈다. 5 에이커나 되는 연못, 그곳에 …
[2015-07-02]누구나 한 번은 길을 잃는다면 그래서 한 자리에 오래 서 있어야 한다면 거기, 서 있고 싶네 일주문 넘어가는 바람처럼 풍경소리에 걸음 멈추고 그곳에서 길을 잃고 싶네 …
[2015-06-30]서울에서 자라난 소년의 아버지는 죽었고 형 둘은 북한군에 의해 납치되었다. 큰 형은 기차 아래로 떨어졌고 어머니와 여동생 둘만이 초토화된 도시에서 근근이 살아가고 …
[2015-06-25]가시덤불숲에 꿩들이 짝을 져 노닌다 간밤에 노루도 다녀갔나 보다 똥 무더기가 한 짐이다 깊은 산에 살아도 볕 잘 드는 언덕이 그리운 것인가 손만 뻗으면 잡힐 것 같은 …
[2015-06-23]‘천사 사전‘이라는 책 지난 50년 동안 아무도 열지 않았다는 걸 알겠다. 책을 열자 표지는 삐꺽거리고 책장들은 부서지던 그 책 속에서 나는 알았다, 한 때 천사는 …
[2015-06-18]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이재명(사진) 대통령의 첫 한미정상회담이 오는 25일(월) 워싱턴 DC에서 열릴 전망이다. 한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광복 80주년을 앞두고 워싱턴 정신대문제대책위원회(이하 정대위, 회장 맥리)가 일본군 피해자 할머니들과 위안부 운동을 조명한 다큐 영화를 만들…
애틀랜타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본부 건물에 총기를 난사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숨진 범인이 평소 코로나19 백신 음모론에 빠져있었던 것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