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생활은 변화를 추구하는 삶이다. 변화는 생명력의 한 특성이며 역동의 에너지를 분출시킨다. 미국 사회 전반에 넘쳐흐르는 역동적 에너지의 근원은 이민자들이다. 스스로 변화를 찾아 이동하는 현대의 노마드(유목민) 이민그룹은 강인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으며 변화에 적응하는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한인 사회의 지난 한 세대는 격변의 시대였다. 타운 초창기 수천에 불과했던 한인은 남가주 일원에서만 50만을 헤아리게 됐다. 올림픽가 일부 구간에서 시작된 한인 상권은 식당등 몇 안되는 영세적 서비스업에서 출발했으나 새 밀레니엄의 문턱에 들어선 오늘날 제조업, 하이텍 산업에 이르기까지 수만개의 다양한 업소를 포용하고 있다.
이민은 삶의 터전이 통째로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달라진 환경과 제도, 거대한 구조적 변화의 틈바구니에서 한인들은 새 환경에 적극적으로 적응해 나갔다. 그 결과 해외에서 가장 큰 코리아 타운이 LA에 건설됐다. 한인 이민의 신화가 탄생한 것이다. 변화를 두려워 않는 개척정신으로 무장된 이민 1세의 땀과 노고가 결실을 맺은 것이다.
급성장한 한인 사회는 그러나 또 다른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그 도전은 내적 변화의 요구다. 개척기, 정착기를 벗어나 성년을 맞은 한인 사회가 거듭나야 하는 필요성이다. 다민족 사회의 일원으로서 ‘더불어 사는 사회’의 한 축을 담당해 달라는 주문이다. 이는 시대적 변화의 요청이기도 하다.
깊은 갈등과 상처의 아픔을 통해 한인 사회는 이 탈바꿈의 시대적 필요성을 깨닫게 됐다. 코리안은 인종 폭동의 최대 피해자가 됐으며 주류 사회로부터의 각종 유형무형의 압력이 날로 거세지면서 숨통이 조여졌다. 이 아픔을 통해 배타적 이기주의의 섬 안에 스스로 가두어 놓았던 일그러진 자신의 모습을 마침내 보게 된 것이다.
거대한 변화의 물결은 또 몰려오고 있다. 인터넷 혁명, 정보혁명으로 불리는 새시대의 개막이다. ‘인터넷 시대’는 주류 사회에서만 통용되는 화두가 아니다. 미주의 한인 사회에도 인터넷 시대는 이미 열렸다. 1세에서 2세로 이어지는 세대 교체의 타이밍과 맞물려 이 변화는 한층 가속화 될 전망이다.
인터넷의 영향은 우리의 일상생활 곳곳에 스며들었다. 은행들은 서둘러 인터넷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인터넷 비즈니스는 이미 한인 업계의 유망 업종으로 떠올랐다. 인터넷은 더 이상 2세들만이 향유하는 신문명의 장난감이 아니다. 일상생활의 수단이다. 경제활동에 필수적인 도구다. 대대적 문화변동의 시대는 엄청난 변화를 수반한다. 그 변화는 문화의 생산과 소비는 물론 생활의 전 분야에 파급되고 있다.
선택의 방향은 이제 분명해졌다. 문화적 탈바꿈의 물결에 뛰어드는 것이다. 성숙과 탈바꿈에는 아픔이 따른다.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변화를 추구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이민정신의 원형을 잃지 말아야 한다. ‘사이버 세계’로 불리는 새로운 시대의 막이 올라가고 있다. 이 시대에 적응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이민의 삶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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