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인파 정말 대단하더군요”
“자동차로 몇십분을 달리도록 도로변에 빈틈없이 사람이 들어섰으니 엄청난 숫자예요”
“평양 시내 입구에서 백화원 영빈관까지 자동차로 지나간 거리가 10여 km 였다는 데 그 긴 거리에 말 그대로 인간사슬이 만들어졌더군요. 60만이 나와 섰다고 하니까 평양시민 200만명중 노약자, 아이들 빼고는 다 나온 것 같아요”
지난 12일(한국시간 13일) 김대중대통령의 평양 방문 장면이 TV로 중계된 후 한인사회 어디를 가나 화제는 남북정상회담이고 평양이다.‘때려죽이자 김일성’을 교과서로 배우던 것이 20년 전이고, 이북 갔다 왔다면 죄인 취급받고, ‘김일성’‘김정일’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덜컹 하던 때가 불과 몇 년 전인데 “세상 참 많이 변했다”고 모두들 소감을 말한다. 김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손을 맞잡는 모습은 55년의 벽을 허무는‘감격’이었고, “혹시 또 무슨 엉뚱한 행동을 하지 않을까” 조마조마했던 김 위원장이 기대이상으로 예의 바르게 환대하는 모습은 “이제 뭔가 되는 것 같다”는 ‘희망’이었다며 모두들 들떠있다.
그런데 이렇게 충격에 가까운 감격 속에서도 ‘생경하다’는 느낌을 버릴 수가 없는 것이 도로변의 인파라고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전체주의 사회의 세뇌된 획일성이 여실히 보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을 그렇게까지 동원하다니 좀 지나친 것 아니에요?”
“말 한마디면 다 동원되는 나라이지요. 그걸로 정권을 유지하는 것 아닙니까? 수백만이 굶어죽는 상황에서 국민들을 가만히 내버려두면 그 정권이 버텨나겠어요? 이런 일 저런 일에 수시로 동원시켜서 사람들이 딴 생각을 못하게 하는 것이지요”
“수십만이 일사불란하게 꽃술을 흔들며 함성을 지르는 것이 이런 행사에 익숙한 것 같았어요. ‘김정일’‘만세’‘결사옹위 김정일’을 몸을 흔들어가며 결사적으로 외쳐대는 데 섬뜩한 느낌이 들더군요”
“다들 굶어서 기운이나 있을까 했는 데 옷이라도 차려입고 나온 걸 보니 안심이 되더군요. 알록달록한 한복도 인상적이었어요. 한국의 60년대를 연상시키는 복장들이에요”
김 위원장이 답례로 서울을 방문할 것 같은 데 서울서는 그런 인파를 동원할 수도, 그렇게 결사적으로 환영하게 할 수도 없을 테니 김대통령이 고민을 좀 하겠다는 농담 섞인 우려도 들려온다. 이번 정상회담은 55년의 막혔던 벽을 뚫고 물리적 길을 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제는 55년의 두께만큼 두터워진 남북 양측 국민들의 의식의 갭을 허무는 작업이 필요하다. 계속해서 자꾸 만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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