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M이란 단어는 불어에서 파생된 영어로서 “이름”이란 뜻이다. 영어로 그 NOM이 그 NOM이라면 그 사람이 그 사람이고 한국말로 억지로 번역해서 말하자면 그 놈이 그 놈이란 말뜻이다.
도청 특혜를 독점하려고 옛 중정과 보안사가 대통령 옆에서 지하싸움을 한 적이 있었다. 중정은 국가안보를 위하여 정보를 수집하는 곳인데 이상스럽게도 중정법에도 없는 막대한 권한을 누렸다. 그 앞에서 고위층이 떨었고 국민도 택시운전기사 뒤에 앉아서도 입을 도사렸다. 장관도 사법권 내의 검사도 판사도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도장을 찍으라면 찍었다. 태극기의 붉고 푸른 색깔을 마음만 먹으면 마음대로 입혔다 벗겼다 하면서 대통령의 인용술에 막대한 도움을 주었다. 반공이 국시였던 죄였다.
가을날에 시들어가는 여린 산풀의 모가지 같았던 내가 잘 아는 천상병 시인도 엉뚱하게 몰려 그렇게 해서 침을 질질 흘리는 반 병신이 되어 살다가 타계하셨다.
지금은 악명을 감추기 위해서 중정이 국정원으로, 보안사가 기무사로 명칭이 바뀌었지만 아직도 도청을 자행하며 법에도 없는 권한을 즐기고 있다. 본래의 업무에는 별반 재미가 없는 긴장거리만 있고 그런 정보로서는 대통령의 인용술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고위층을 제압하고 국민을 흥분시킬 수 없어 흥미진진한 대민정보와 고위층 그림자에 귀와 눈을 대고 호황을 누렸다. 중정의 도청국인 7국의 도청망은 어마어마하게 발달하여 웬만한 소리는 앉아서 다 들으면서 때에 따라서는 회심의 미소를 차갑게 띄우는 곳이었다.
해외교포가 서울을 방문하면서 호텔에 묵으면 그 전화는 통화할 때마다 자동으로 도청선에 연결되어 좋은 일 건전한 일 불쾌한 일 부끄러운 일이 살살 빠져나가 기록되었다. 별볼일 없는 한 여자가 이양호 전 국방장관을 두고 “그 늙은이에게 천만원 더 줘라”하는 전화의 내용도 그렇게 해서 기록 보관된 내용에 불과하다. 웬만한 건 집어치우지만 그 늙은이란 사람이 장관이고 돈을 주는 사람은 소위 자칭 로비스트라고 하는 천한 여자였기 때문에 귀를 세워 재미있게 들으면서 기록한 내용에 불과한 것이다.
어느 나라이고 조직의 내용은 비슷하겠지만 한국의 조직은 좀 색다르다. 대사관에는 중정에서 파견된 공사급이나 참사관급의 가짜 외교관이 대사의 등 뒤에 앉아있어 대사도 그의 눈치를 보아야 하고 영사관에도 부총영사란 큰 외교관 직함으로 진짜의 얼굴을 가리고 교포를 감시하고 있었다. 여러 이유중 고위공직자가 되었다가 물러나면 그 사람의 가세가 엄청나게 달라지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도청과 감시가 뒤따르는 것이었다.
세비나 월급만으로는 아무리 주판을 두들겨 보아도 불가능한 일인데 불가능이 불가사이의 기적을 낳기 때문에 그 방법이 궁금한 까닭인 것이다.
“치부를 하려면 대통령이 되라” 하는 은어가 있다. 전직 대통령들의 가문도 전후사정이 달라진 거부가 아니라 대부가 되었다. 소부는 근면이고 대부는 재천이라고 어리석은 명심보감은 말하지만 대부는 착취고 거부는 유착이요 소부는 사라진 지 오래됨을 깨닫지 못한 까닭이라 웃으면서 명심보감을 용서한다.
도청이 위법이고 침해인 것은 엄연한 사실이나 한국의 고위층이란 사람들이 응달에서 주고받는 이야기를 늘어놓고 비교분석을 해 보면 그 NOM이 그 NOM이라는 외국단어가 일찌감치 왜 나왔는가를 짐작하며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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