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자녀들의 결혼 적령기를 앞둔 부모들은 고민이 많다. 자녀들의 결혼 상대자를 찾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혼 상대는 평생의 반려자이므로 많은 사람 가운데서 선택하는 것도 대단히 어려운 결정인데 워낙 수가 적고 정보가 부족한 한인사회에서 자녀들의 배우자를 찾는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한인사회에서는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이성 친구를 사귈 수 있도록 주선해 주는 이색 파티마저 등장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한인 자녀들이 타인종과 결혼하는 경우가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미시간대학 팀이 90년 센서스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동양인의 26%가 타인종과 결혼을 했고 동거를 하는 경우는 타인종 상대가 50%나 된다고 한다. 이러한 통계자료가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에서는 타인종과 결혼하는 한인들을 점점 더 많이 볼 수 있다.
타인종과의 결혼이 늘고 있는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적령기의 한인들이 학교나 사회에서 타인종의 상대를 만나는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특별히 타인종에 매력을 느끼는 경우도 있겠지만 인종보다는 인간과의 교제에서 결혼에 이르는 경우가 더 많다고 볼 수 있다. 미국에서 태어난 2세 자녀들은 외적으로는 한국인처럼 보이지만 내적으로는 미국화 되었기 때문에 미국생활이 일천한 한인 배우자 보다는 타인종과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그런데 1세 부모들은 아직 타인종과의 결혼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요즘 1세 부모들의 사고방식이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아직도 자녀들은 절대로 한인과 결혼해야 한다고 완강하게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다. 또 자녀가 타인종과 결혼하는 경우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꺼리는 부모들이 있는가 하면 남의 자녀가 타인종과 결혼한 일이 무슨 흉이나 되는 것처럼 수근거리는 사람들도 있다.
한인 2세들의 타인종 결혼이 늘어나고 1세들이 아직도 타인종 결혼에 대하여 거부감을 갖게되는 것은 문화적 차이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아직 미국화하지 못하고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 1세 부모들은 자녀들이 한인과 결혼하기를 원하지만 문화적으로 미국화 되었고 영어를 기본언어로 쓰는 2세들은 타인종 결혼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또 한인간 결혼과 타인종 결혼은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다. 한인간 결혼은 같은 민족의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가족과 친척간의 공감대를 이룰 수 있다. 타인종 결혼은 다인종사회, 특히 백인이 다수인 사회에 더욱 깊이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해 준다. 그 반대는 서로의 단점이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어느 편을 우열로 가릴 수는 없다.
그러나 앞으로 날이 갈수록 타인종 결혼이 증가하는 것은 불가피한 추세이다. 2세, 3세로 넘어갈수록 미국화되고 한인 배우자를 찾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언젠가는 타인종 결혼이 보편화되고 한인과 한인간의 결혼이 특이한 결혼으로 보이게 될 지도 모른다. 국제결혼이란 말도 이제는 적절하지 않은 말이다. 자기 민족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유대인 사회에서 타인종 결혼이 늘고 있는 것을 보아도 이런 추세는 어쩔 수 없다.
한인들이 이민을 와서 미국에 살고있는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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