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가 부모와 함께 사용하고 5%는 부모 권유로 시작
지난 60년대를 휩쓴 마약 문화가 미국 가정생활에 남긴 유산은 이런 모습이다. 10대 소녀가 어머니와 같이 메탐피타민에 탐닉하면서 서로의 희망과 꿈을 이야기하고 아버지와 아들이 마리화나를 피우면서 부모 자식간의 정을 나누는 것이다.
대다수의 가정에서는 꿈에서도 상상치 못할 이런 장면은 다름 아닌 전국의 10대 마약 중독자들을 상담하는 카운슬러들이 증언하는 것이다. 뉴욕과 텍사스, 플로리다, 캘리포니아에서 마약 중독치료를 받은 10대 청소년 6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20%가 자기 부모와 함께 술 이외의 약물을 함께 사용했으며 5%는 가량은 어머니 또는 아버지로부터 마약, 주로 마리화나를 처음 배운 것으로 나타났다. 1999년에 ‘마약없는 미국을 위한 제휴’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10대 청소년 인구의 8%가 누군가로부터 마약을 소개받았는데 그중에는 부모가 포함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10대들의 최대 마약 공급원은 물론 학교나 동네 친구들이지만 카운슬러들은 최신 조사 결과 드러난 추세에 당혹하고 있다. 마약 문화가 융성했던 60, 70년대에 자라난 베이비붐 세대 부모들이 자기 자식들도 마약을 시도하게 하기 때문이다.
연간 6000명의 아이들을 치료하는 펜실베니아주 워너스빌의 캐런재단 청소년 서비스국의 데이빗 로젠커는 "벌써 그런 경우를 많이 보고 있지만 이제 시작단계다. 아직도 마약을 사용하고 그 때문에 문제를 일으키는 베이비부머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마약을 사주고 함께 사용하고 있는데 내가 처음 청소년 마약중독 치료를 시작하던 1970년대 중반만 해도 그런 일은 듣도 보도 못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여러 가지 요인 때문에 이런 현상이 생겼다고 말하고 있다. 마약 사용증가는 인종이나 경제적 지위에 상관없이 어느 가정에서나 전통적인 부모 자식 관계를 변화시켜버려 ▲소수의 베이비붐 세대 부모는 마약을 끊은 적이 없어 그 자녀들은 마약 사용과 중독을 정상으로 알고 자라며 ▲가끔 10대 자녀와 마리화나를 함께 피우면 가족간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되고 부모를 자녀들이 마음을 터놓고 지낼 친구처럼 보이게 한다고 믿는 부모도 있다. 그런가하면 ▲마리화나를 피우기를 청소년기에 거치는, 비교적 무해한 ‘통과의례’로 여기는 부모도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60%가 마리화나를 피운 적이 있다지만 그들이 마리화나를 피우던 시대와 지금의 세태는 크게 달라졌다. 요즘 마약은 그때보다 훨씬 독해졌으며 요즘 아이들이 처음 마약을 시도하는 때는 대학이 아니라 중학생 때다. ▲부모들의 75%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언젠가 한번쯤은 불법 마약을 해보는 것으로 믿고 있는데 그중 일부 순진한 부모들은 차라리 집에서 피우도록 허락 또는 권장하는 것이 아이를 보호하는 길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운슬러들은 그런 부모들의 행동은 의도는 좋을지 몰라도 아이와 어른간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어 10대들을 혼란스럽게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뉴욕의 마약치료기관인 피닉스 하우스 대표 미첼 로젠탈은 "청소년기에 마약을 실험해본 사람들중 많은 이들이 아직도 정기적으로 사용하고 있을지 모르며 그중 많은 사람이 자식을 갖고 있다"면서 "자녀의 행동에 일정한 제한을 가하지 않고 친구처럼 지내려 하는 것은 자식을 해롭게 하는 일이다. 아이들은 충동을 조절하도록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그런 부모로부터는 아무 도움도 받을 수 없다"고 안타까와 하고 있다.
’마약없는 미국을 위한 제휴’ 부회장 스티브 드니스트리안도 "아이들을 마약에서 떼어놓는데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부모"라면서 "자기가 마약을 해봤기 때문에 자녀는 마약에 빠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 부모일수록, 정직하게 자신의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을 자녀에게 털어놓고 자녀들에 대한 기대수준을 높이라"고 충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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