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중학생 K군(15)의 부모는 최근 아이가 일주일째 집에 들어오지 않아 애태우다 PC방에서 그를 찾아냈다. PC방에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인터넷 게임에 빠져들다 보니 밤을 세우게 되고 나중에는 혼나게 될까 두려워 집에 들어오지 못했다는 게 이 학생의 변이다.
또다른 부모는 중학생인 아이가 공부에 필요하다고 해 새 컴퓨터와 고속 인터넷을 설치해 줬는데 그 후 밥도 거르며 하루종일 컴퓨터를 사용하는 경우가 잦아지다가 결국 성적이 떨어졌다며 인터넷 중독이 아닌지 걱정을 호소해온 경우도 있다.
채팅을 통한 가출 등 청소년들의 인터넷 사용에 따른 부작용이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컴퓨터와 인터넷 자체에 빠져드는 인터넷 중독증이 또다른 병폐로 등장하고 있다.
인터넷 채팅이나 게임, 음란물 등에 빠져 매일 새벽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느라 잠이 부족해 학교에서 계속 졸거나 아예 등교를 하지 못하는 한인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고 또 일부지만 인터넷 중독현상이 경미한 수준을 넘어 인터넷을 하지 않으면 불안해하거나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못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는 것.
타운내 청소년 상담기관들에 따르면 최근 들어 자녀가 혹시 인터넷 중독이 아니냐며 상담해 오는 한인 학부모들이 부쩍 늘고 있다고 한다. 한인청소년회관의 캐서린 리 카운슬러는 "자녀 문제로 회관을 찾는 한인 학부모들의 대다수가 자녀들의 인터넷 과다이용 문제를 호소하고 있다"며 "인터넷 중독 문제가 일종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컴퓨터를 지나치게 사용하는 아이들이 ▲쉽게 피곤해하거나 성적이 떨어지고 ▲가까운 친구를 멀리하거나 운동 등 취미생활을 꺼리며 ▲자주 화를 내거나 반항하는 등의 징후를 보이면 일단 인터넷 중독증을 의심해야 한다는 것.
한인사회에서는 아직 청소년들의 컴퓨터 중독에 대한 구체적인 통계는 없으나 한국의 경우 최근 초·중·고교생 1,5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컴퓨터 중독 실태 및 유형’에 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 청소년들의 약 30%가 중독 경향이 있으며 특히 남학생들은 무려 40% 가량이 중독증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이 인터넷 중독에 빠져드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컴퓨터를 몰래 사용하지 못하도록 거실 등에 설치할 것 ▲하루 사용시간을 제한할 것 ▲음란물 접속을 막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할 것 ▲자녀들의 컴퓨터 사용을 주의 깊게 살필 것 등을 권하고 있다.
심리상담 전문가 엘리자베스 김씨는 "청소년들의 인터넷 중독증은 평소의 욕구불만이나 부모의 지나친 기대에 대한 부담감, 대화 상대를 찾지 못하는 외로움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며 "이들이 인터넷을 도피처로 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부모들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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