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ECD “2025년 1.85%, 2026년 1.66%…2027년 1.52%로 사상 최저”
▶ 정부 “올해를 반등 원년으로”…전문가 “반도체 효과 뺀 현실 봐야”
한국의 실질적인 '경제 실력'을 뜻하는 잠재성장률 추정치가 사상 최저를 경신하면서 세계 주요국 가운데 하위권으로 주저앉는 모습이다.
정부는 인공지능(AI) 대전환·초혁신경제 가속화와 지방주도성장 강화를 골자로 한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을 마련하고 올해를 잠재성장률 반등 원년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라 주목된다.
◇ 5%대로 47개국 중 7위→1%대로 떨어지며 30위 밖으로
7일(이하 한국시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3일 공개한 최신 데이터를 보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올해 1.66%로 지난해(1.85%)보다 0.19%포인트(p)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0.14%p 더 떨어진 1.52%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OECD는 전망했다.
잠재성장률이란 한 국가가 노동·자본·자원 등 생산요소를 총동원해 물가 상승 없이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 수준이다. 사람에 비유하면 '기초 체력'과 비슷하다.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노동공급 감소와 투자 둔화가 겹치면서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다른 국가에 비해 빠른 속도로 뒷걸음질하고 있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1997∼2007년 평균 5.03%로 OECD가 분석한 주요 47개국 가운데 7위로 상위권을 차지했다.
하지만 2013년 3.41%로 10위로 떨어졌고 2016년(2.93%)에는 처음으로 잠재성장률이 2%대로 하락하며 47개국 중 13위를 기록했다.
이후 2024년까지 10위권 중반을 기록하다가 지난해(1.85%) 0.60%p 하락해 처음으로 1%대로 떨어졌다. 순위는 1년 사이에 13계단 내려앉아 28위를 기록했다.
구조적 요인에 더해 미국발 관세 충격이 수출·기업투자를 위축시키고, 계엄 사태의 여파로 정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소비·투자 심리가 쪼그라든 결과로 분석된다.
올해(1.66%)는 31위로 떨어지며 처음으로 30위권으로 밀려났다.
내년(1.52%)에는 한 단계 더 떨어져 32위를 기록할 것으로 OECD는 전망했다.
OECD는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개월 전보다 0.9%p 올린 2.6%로 수정했다. 반도체 수출 호조로 상향 폭은 주요 20개국(G20) 중 1위였다.
성장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관측하면서도 잠재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것은 반도체 이면에 가려진 경제 기초 체력 저하에 유의하라고 경고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 반등 성공한 멕시코, 내년 한국 잠재성장률 '역전'
한국의 잠재성장률 하락 속도는 지난해 구매력평가(PPP) 기준 국내총생산(GDP)이 비슷했던 다른 국가와 견줘도 빠르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12∼2027년 2.10%p, 연평균 0.14%p 낮아졌다.
경제규모가 한국(3조2천818억달러)과 비슷한 멕시코(3조4천943억달러)는 같은 기간 2.22%에서 1.55%로 0.66%p 하락하는 데 그쳤다.
멕시코는 2010년대 한국처럼 급격한 잠재성장률 하락을 겪었다가 2020년대 들어 반등에 성공했다. 미중 갈등과 공급망 재편에 따른 반사효과로 외국인직접투자가 크게 유입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2021년에는 0.69%로 47개국 중 42위였지만, 2022년(0.81%) 상승으로 전환한 뒤 2023년 1.08%로 1%대에 재진입했고, 2027년에는 1.5%를 넘어선다는 게 OECD 전망이다.
구매력평가 기준 GDP가 2조9천806억달러인 스페인도 잠재성장률 반등에 성공했다.
스페인은 2013년 잠재성장률 0.02%(43위)였지만, 2014년(0.24%)부터 개선돼 2017년 1.13%(38위)로 1%대를 회복했고, 2023년에는 2.12%(24위)로 2%대에 다시 진입했다.
고령화·저출생에 대응한 적극적인 이민 정책으로 노동 투입을 끌어 올린 효과로 분석된다.
주요 7개국(G7) 회원국인 이탈리아(PPP GDP 3조7천257억달러)는 2012∼2016년 잠재성장률이 -0.52∼-0.04%로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하지만 2017년 0.11%로 플러스 전환한 뒤 2023년 1.03%로 1%대에 복귀했다. 건설·기계·설비투자를 반등시킨 덕이다.
OECD가 잠재성장률이 가장 극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 국가는 라트비아였다. 작년 1.70%에서 내년 2.09%로 오르며 순위가 31위에서 18위로 급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부동의 1위는 인도였다. 작년 6.37%·올해 6.34%·내년 6.44% 등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6%대 잠재성장률을 나타낼 것으로 분석했다.
◇ 이달 말 경제성장전략 주목…"반도체 효과 뺀 모습도 냉정히 봐야"
정부는 올해를 잠재성장률 반등의 원년으로 삼기 위해 구체적인 과제 설정에 몰두하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국무회의에서 잠재성장률 반등을 골자로 하는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 추진 방향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AI 글로벌 3강 도약, 반도체·신성장동력 육성, 초혁신경제 선도프로젝트 성과 가시화, '5극3특' 등 지방중심 성장동력 구축 등을 뼈대로 이달 말 세부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상하기 어려운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성장률 호조세가 다른 취약 부문을 가리며 착시 효과를 낼 수 있는 만큼, 현재 상태를 냉정하게 분석해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정부는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할 때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등 각종 거시지표를 제시하는데, 반도체 효과를 뺀 수치도 제시하자는 의견도 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경제성장률이나 수출 실적을 분석할 때 전체와 반도체를 제외한 실적을 동시에 고민해야 경제를 옳게 진단하고 적절한 정책 방향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이어 "반도체 호황은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라 전 세계 반도체 기업의 현상으로 한국 기업의 점유율은 쪼그라들고 있는 것이 현실로, 미국과 중국이 압도적인 규모로 투자하고 있다"며 "반도체 밸류체인 전체를 우리가 주도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 초크포인트(급소)에 해당하는 기술을 확실히 확보해 적극적인 투자를 하는 게 우리의 성장을 도모하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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