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원허 케이스’가 가져다 준 교훈
▶ (제임스 릴리 전 주중대사·뉴욕타임스 기고)
리원허 케이스는 정부 당국이 그에 대한 혐의를 사실상 모두 철회함으로써 종료단계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케이스가 종결되어도 사건 배후에 깔린 문제들은 좀처럼 사라질 것 같지 않다. 그리고 정부 당국은 민주주의적 원칙과 국가안보간의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이에 대해 재고를 해야만 할 것이다.
중국계 미국인들은 리원허 케이스를 인종차별적인 색깔 단속으로 보고 경종을 울렸다. 그 행동은 옳은 것이었다. 인종차별과 외국 태생 과학자들을 겨냥한 표적수사로 미국 국가안보국(NSA)과 로스 알라모스, 로렌스 리버모어 등 국립연구소의 분위기는 최근 들어 계속 위축되어 왔다.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국립연구소를 떠나고 있다. 사기업이 더 많은 샐러리를 제공한 것도 이유이지만 그 보다는 인종차별과 가혹한 보안조치에 대한 우려가 주원인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색깔 단속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으로 중국의 첩보기술을 지나치게 온정적으로 그려서도 안된다. 미국의 안보에 대미지를 주는 결과만 가져오기 때문이다. 중국이 미국에서 첩보활동을 하면서 유혹이나, 매수, 민족정서 호소 등에 약한 중국계들을 포섭하고 있다는 것은 기정 사실이다. 중국 정보당국이 지난 91년 작성한 첩보 지침서(파 이스턴 이코노믹 리뷰지가 입수, 공표됐다)는 중국이 주로 미국을 목표로 한 군사목적의 해외정보 수집 시스템을 어떻게 유지하고 있는지 그 실태를 잘 보여 주고 있다. 크리스토퍼 콕스 하원의원이 99년 발표한 이른 바 콕스 보고서도 바로 이 정보의 최신판이다.
첩보활동에서 특정 민족 그룹을 타겟으로 포섭하는 것은 일반화되어 있는 사실이다. 과거 소련은 러시아계 미국인을 주 포섭대상으로 삼았다. 니콜러스 에프마이어즈는 1994년에 발간한 저서 ‘중국의 첩보활동"에서 중국이 미국내 중국계 요원을 통해 F-14 전투기 블루 프린트와 나이트 비전에 관한 기술과 정보를 통해 빼낸 상황을 파헤쳤다.
중국은 여러 케이스에서 중국계 미국인을 스파이로 포섭한 혐의를 받아왔다. 1985년 래리 우-타이 친이라는 중국계 미 중앙정보부(CIA) 정보분석가는 40년간 중국 정부에 기밀의 정보를 넘겨온 혐의로 기소됐다(친은 유치장에서 자살했다). TRW의 과학자 피터 리는 잠수함 탐지기술을 중국에 넘겨준 혐의를 받았다. 거기다가 콕스 보고서는 민주당 정치헌금 스캔들의 장본인 자니 정이 두 명의 중국군 당국자들로부터 30만달러를 받았는데 이는 미국의 기술을 획득하려는 의도라고 밝혔다.
중국이 중국계 미국인을 스파이로 포섭하려 했다고 해서 바로 중국계 미국인 전체를 스파이 용의자 집단으로 보아도 된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콕스 의원도 중국 스파이 활동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그 보고서는 로스 알라모스 연구소 과학자 리원허를 스파이로 지적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스파이를 검거하는 데에는 상당히 능숙한 수사 기술이 요구된다. 중국의 첩보방법은 복잡하고 난해하다. 이를 탐지하기 위해서는 특수 기술과 경험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미국측이 부족해 보이는 부문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인내력, 또 적절한 타이밍에서의 도청장치 및 컴퓨터 액서스 이용, 독립적인 감시 등이다.
미정부 당국은 서둘러 수십가지의 장황한 혐의로 리원허를 기소했다. 그 결과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심대한 상처를 받았다. 또 증거는 사라졌다.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신뢰를 회복하게 위해 당장 필요로 하는 것은 다름이 아니다. 공정하고, 신중하고, 전문적인 수사다. 서툰 수사를 함으로써 미국민의 일원인 아시안-아메리칸을 소외시키는 일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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