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의 탤런트 공채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다.
90년대 중반 이후, 스타를 배출하는 창구가 패션잡지와 CF, 뮤직비디오 등으로 다양해지면서 공채 시험이라는 전통적 `스타 루트’가 사라지고 있다.
KBS MBC SBS 공중파 방송 3사의 신인 탤런트 모집도, 해마다 그 열기가 싸늘해지고 있다. 매니지먼트사의 성장과 함께 스타의 연령대가 10대 중반까지 낮아지면서, 더 이상 공채라는 형식으로는 스타를 발굴해 낼 수 없다는 `공채 무용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 공채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
올 가을 방송 3사에서 프라임 타임대에 방영하는 주요 드라마들을 살펴보자.
KBS 2TV 미니시리즈 <가을 동화>의 경우, 주인공인 송승헌 송혜교 원빈 모두 특채 출신들이다. 송승헌은, 잘 알려진 것처럼 의류업체 CF 모델로 출발했다. 송혜교와 원빈은 유명 매니지먼트사에서 발굴해 키운 `작품’이다.
MBC TV 미니시리즈 <비밀>도 상황은 마찬가지. 유시원은 특채 탤런트란 말을 알린 가장 대표적 캐릭터였으며, 김하늘은 조성모 뮤직비디오 <투 헤븐>으로 스타덤에 오른 이색 경력의 소유자다. 김민종과 하지원도 공채와는 거리가 멀다.
SBS TV <줄리엣의 남자>의 김민희는 김효진, 양미라와 더불어 `CF 트로이카’로 불리던 CF 스타다. 지진희는 거대 매니지먼트사인 싸이더스의 적극적 지원으로 지금의 자리에 서게 됐다. 공채,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
★ 무엇이 특채인가
방송가에서 흔히 `특채’라 말할 때는 공채 탤런트가 아닌 모든 경우를 통칭한다.
즉, 방송사 주관의 일정 시험을 통과한 후 정식 기수를 부여 받은 공채 탤런트를 제외한 모든 연기자들이 바로 `특채’인 셈이다.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위원장 이경호)은, 특채란 특정 작품에 꼭 필요해 불가피하게 캐스팅 한 경우로, 연기자로서의 자질과 정체성이 검증된 경우로 국한하고 있다.
★ 왜 공채는 보이지 않는가
그렇다면 왜 공채는 보이지 않는가.
90년대 중반 이후 드라마별 공개 오디션이 이뤄지면서 공채 탤런트들이 설 자리는 좁아졌다. 게다가 거대 매니지먼트사가 개별적으로 스타를 발굴한 것은 `공채 몰락’을 부추긴 결정적 이유가 됐다.
여기에 스타들의 연령대가 10대까지 낮아지면서, 연령 제한을 두고 있는 공채 제도로는 더 이상 새로운 얼굴을 찾아내기가 버거워졌다.
★ 공채 그런 걸 왜 해
공채 탤런트의 이점이 사라지면서, 매년 공채 선발 시험에 응시하는 지원자의 열기도 싸늘해지고 있다.
한 방송사 간부의 고백이다. “탤런트 응시자들의 자질이나 역량이 해를 더해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조만간 방송사 공채 시험이 없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SBS도 올해 신인 탤런트를 모집하면서 응시자 부족으로 한동안 홍보에 열을 올리며 애를 먹기도 했다.
급기야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위원장 이경호)이 지난 달 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하고 나섰다. 특채자에 대한 노조의 사전 검증과 노조 가입을 의무화할 것, 그리고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는 자에 대해서는 출연정지 운동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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