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GA투어 파이널Q ‘6일전쟁’ 에서 펼쳐진...
너무도 유명한 토끼와 거북이 우화. 도무지 상대가 되지 않는 레이스에 지루함을 느낀 토끼가 나무밑에서 낮잠 자다가 거북이에 지고 말았다는 이야기. 재주만 믿고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비록 재능에서 뒤지더라도 꾸준하게 최선을 다하는 자에게 지게 된다는 것을 풍자한 우화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비슷한 경우가 지난주부터 라퀸타의 PGA 웨스트에서 펼쳐진 PGA투어 파이널 퀄리파잉 토너먼트에서 있었다. Q-스쿨로 불리는 이 대회는 다음해 PGA투어 출전권을 얻기위해 몰려든 선수들에게는 생존이 걸린 무대. 상위 35위와 타이에 돌아가는 PGA투어 카드를 얻느냐, 못얻느냐에 내년 한해농사는 물론 자신의 커리어가 걸려있기에 선수들은 6일간에 걸친 피말리는 이 대회를 지옥의 관문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 대회 첫날 터드 배랜저라는 선수가 무려 10언더파 62타의 맹타를 휘두르며 선두에 나섰다. 한인유일의 PGA투어 프로 최경주는 1언더파 71타로 배랜저에 무려 9타 뒤진채 공동 88위. 이틀째 두선수의 차는 2타 더 벌어져 11타가 됐다. 첫 이틀간 결과만을 볼 때 배랜저의 통과는 따놓은 당상이었고 최경주는 탈락이 유력해 보였다. 하지만 세상일은 알 수 없는 법. 테잎을 패스트 포워드로 마지막날로 돌려보면 최경주는 15언더파로 PGA카드를 손에 쥔 반면 배랜저는 한타차로 카드를 놓치고 바이닷컴투어로 밀려나는 아픔에 울었다. 토끼처럼 출발한 배랜저가 거북이 스타트를 끊은 최경주에 진 것이다.
기량이 배랜저가 토끼고 최경주가 거북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Q-스쿨 파이널 라운드까지 올라온 출전선수 169명의 기량은 백지 한장차라고 봐도 무방하다. 문제는 얼마나 꾸준한 페이스를 유지하느냐 하는 것. 보통 대회보다 2라운드가 긴 6라운드 108홀 마라톤레이스로 펼쳐지는 Q-스쿨에서는 한차례 반짝하는 것보다는 꾸준한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 훨씬 중요했다. 올해 PGA투어를 통해 연마된 최경주는 이 꾸준함이 몸에 뱄고 이 때문에 초반 슬로우 스타트에도 불구, 자신감과 여유를 잃지 않았다. 그렇기에 마지막 라운드를 앞두고도 4타만 줄이면 된다고 예언(?)하고 실제로 정확하게 4언더파를 쳐 투어카드를 거머쥐는 저력을 보여줄 수 있었다. 한 홀이나 한 라운드의 부진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바위같은 자세가 그의 성공에 주춧돌 역할을 한 것이다.
그렇게 말하면 신들린 스타트의 분위기를 살리지 못하고 탈락한 배랜저는 마치 꾸준함이 결여돼 실패한 선수처럼 들린다. 하지만 이 역시 사실이 아니다. 비록 첫 이틀동안의 맹위는 식었지만 남은 4라운드에서 그가 기록한 2언더파를 두고 못했다고 할 수는 없다. 장애인골퍼로 유명한 케이시 마틴은 6라운드에서 모두 언더파를 치는 꾸준함과 안정된 플레이에도 불구, 역시 한타차로 PGA카드를 놓쳤다. 이들외에도 꾸준한 스코어를 내고 탈락한 선수는 얼마든지 있다. 이들을 두고 꾸준함이 부족해 실패했다고 규정할 수는 없다. 단지 무자비한 생존경쟁의 장에서 조금 모자랐을 뿐이다. 이번 Q-스쿨은 세상일이 사람 생각대로만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해준 한편의 인생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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