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6월의 시작이다. 자연과 역사의 이치는 소름 끼치도록 닮아 있다. 봄의 태동을 지나 맞이한 여름은 생명이 가장 격렬하게 성장하는 시시기다.
햇볕과 물, 따뜻한 온도가 확실히 보장되기에 먹을 것은 풍부해지지만, 그만큼 성장을 위한 생존 투쟁은 가속화되고 쉴 틈 없이 바쁘다. 그리고 이 뜨거운 성장의 끝에는 가을의 결실과 겨울의 사멸이 차례로 기다리고 있다.
인간의 삶도, 사회 조직도, 국가도 이 탄생과 성장, 쇠퇴와 몰락의 궤적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 우리가 역사와 인문학을 공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가 발을 딛고 서 있는 지금 이 시점이 역사의 어느 계절에 와 있는지 파악하고 준비해야만, 존재의 영속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 속 제국의 수명은 묘한 반복의 주기를 가진다. 초기 100여 년은 탄생과 생존을 위한 몸부림의 시기다. 그다음 100여 년은 새로운 문물을 흡수하며 영토를 확장하는 역동적인 성장기다.
그리고 그다음 100여 년은 찬란한 문화를 꽃피우며 주변국에 힘을 과시하는 전성기다. 하지만 무리한 패권 과시가 실패로 돌아가는 순간, 제국은 급격한 노년기로 접어든다.
그리고 그 실패의 책임은 안으로 돌아온다. 내부 권력투쟁이 극심해지면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이 가장 먼저 희생 제물이 되고, 급기야 모든 시민의 파멸로 이어진다.
민주주의의 종주국이었던 고대 아테네가 그랬다. 지중해의 맹주로 군림하며 그 힘을 과신했던 아테네는 무모한 시칠리아 원정에서 스파르타에 참패했다. 패전의 충격은 내부의 독재와 광기로 이어졌다. 과두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참 주들은 재판 없는 처형과 재산 몰수를 일삼았고, 어제의 다정한 이웃이 오늘의 고발자로 돌변하는 지옥도가 펼쳐졌다.
2400년 뒤의 오스만 제국 역시 1914~15년 겨울, 러시아와의 사리카미시 전투에서 대참패를 당하고 군사적 무능의 좌절과 책임을 내부의 소수계인 아르메니아인들에게 전가했다. 그 결과는 100만 명 이상이 학살·추방당하는 인류사적 비극이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또다시 역사의 기시감을 마주하고 있다. 베네수엘라를 무혈 점령한 기세로 이스라엘과 함께 감행한 미국의 이란 공격은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 달러 패권을 떠받치는 중동의 페트로달러 체제를 수호하기 위해 건설된 100여 곳의 미군 기지가 이란의 반격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달러 기축통화의 지위를 흔들려는 이란 중국 러시아의 결속은 더욱 강화 되었고 호르무즈 해협은 봉쇄가 되었다. 그야말로 '긁어 부스럼'을 만든 격이 되었다.
전쟁 여파로 인한 급격한 물가 인상과 천문학적인 군비 부담은 미 정부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가고 있다. 조속히 전쟁을 끝내지 못하면 당장 다가올 중간선거의 집권당 참패는 물론, 정권의 레임덕과 탄핵 정국이라는 파국을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짜 문제는 그다음이다. 대이란 전쟁의 실패 책임이 미국 내부로 전가될 때, 그 화살은 어디로 향할 것인가. 이미 반이민과 반소수계 정서를 동력 삼아 집권한 정권이다. 위기에 몰린 권력이 대중의 분노를 돌릴 희생양을 찾기 시작 할 때, 그 칼날이 어디를 겨눌지다.
미주 한인 커뮤니티 역시 이 땅에서는 이민자이자 소수계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국제 정세는 결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저 멀리 중동에서 터진 포성의 결과가 머지않아 우리가 발을 붙이고 사는 이민 사회의 가혹한 현실로 들이닥칠 수 있다. 외부의 충격이 내부의 소수계를 향한 비극의 시작이 될 수 있기에 우리는 전략적 대비를 시작해야 한다.
권력이 위기에 처했을 때 가장 먼저 희생되는 이들은 ‘표가 없는 집단’이다. 아직 영주권에 머물고 있는 한인들의 시민권 취득을 적극 독려하고, 100%에 가까운 유권자 등록과 투표율을 달성해야 한다. 우리의 표가 결집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것만이 주류 정치권이 한인 사회를 함부로 희생양 삼지 못하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제도적 방패다.
역사적으로 고립된 소수계는 언제나 가장 쉬운 타깃이 되었다. 타 소수계는 물론 주류 커뮤니티와도 평소에 긴밀한 공조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위기 상황 발생 시 공동대응 할 수 있는 ‘다민족 시민 연대 네트워크’를 활성화하여, 한인들이 홀로 고립되는 상황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
정치, 법조, 언론계에 진출하는 한인 젊은이들을 단순한 개인의 성공을 넘어 커뮤니티의 자산으로 보호하고 육성해야 한다. 법적 불이익이나 혐오 범죄 징후가 포착될 때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한인 자체 변호인단과 권익 옹호 단체의 역량을 강화하고, 위기 대응 기금을 상설화하여 커뮤니티 내부의 결속력을 다져 역사의 겨울을 건널 준비를 해야 한다. 준비된 공동체는 어떤 혹독한 계절이 들이닥쳐도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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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찬/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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