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스파이 열풍’으로 외교관, 학자들 연쇄 기소
평결은 나왔지만 놀라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모스크바의 법원은 최근 미국인 사업가 에드먼드 포프에게 간첩죄를 적용, 20년 징역형을 선고했다.
평결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을 둘러싼 의문은 맴돌았다.
포프는 과연 러시아의 국가 기밀을 돈으로 사려고 했는가 아니면 그는 러시아에서 다시 파워가 실리고 있는 보안당국의 무고한 희생자인가.
이 미스터리의 사건은 7일 다시 반전됐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포프를 사면, 미국 송환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미 해군 정보장교출신인 54세의 포프는 러시아의 고속어뢰 개발계획에 관한 비밀정보를 입수한 협의로 기소됐었다.
"포프는 주권확립을 꾀하고 있는 러시아 당국의 피해자다. 이 재판은 스탈린이 정적에게 공포감을 조성하기 위해 연출했던 과거의 재판을 연상케 한다"
포프에 대한 사면결정이 내려지기 전 크레믈린의 한 관측통은 이렇게 말했다.
러시아인들은 포프에 대한 형량언도가 당국의 편집적이고 객관성이 결여된 가혹한 재판으로의 선회를 의미하는 신호탄이 아닐까 우려하고 있다.
포프사건 이외에도 러시아에는 현재 재판이 계류중인 스파이 사건이 여럿 있다.
전 러시아 외교관 발렌틴 모이세예프(54)는 한국을 위해 스파이역할을 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현재 2년째 감옥에 있다.
흥미로운 것은 "모이세예프가 외무성의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하면서 국가기밀을 팔아 넘겼고 대금은 한국대사관 주소가 인쇄된 봉투로 받았다"는 검찰의 기소내용이다. 지난 여름 검찰의 기소는 기각됐지만 법원은 모이세예프를 석방하는 대신 재심을 명령했다. 이 사건에 대한 새로운 재판은 11월에 개시됐다.
또 하나의 스파이 재판은 그리고리 파스코에 관한 것이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근무중이던 군 홍보담당관 파스코는 일본을 위해 간첩활동을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당국이 내세우는 파스코의 스파이활동 증거는 파스코가 일본 TV와 신문을 위해 작성했다는 기사와 보도내용이다. 파스코는 이같은 기사작성 사실을 결코 부정하지 않고 있다. 하급법원은 파스코의 군 홍보관 직권남용부분에 대해서만 유죄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KGB의 후신인 연방안전국(FSB)은 최고법원의 파스코에 대한 재심 명령을 얻어냈다.
또한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두 명의 학자가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올해 70세의 교수 블라디미르 소이퍼는 FSB 수사관이 연구실 금고에서 이제는 비밀문건에서 해제된 15년 전 잠수함 폭발사고에 관한 서류를 발견, 심문을 받고 있다.
소이퍼와는 별도로 그의 동료 교수인 60세의 블라디미르 슈로프는 국가비밀을 중국에 판 혐의를 받고 있다.
파스코의 보고서는 핵폐기물 처리에 관한 것인데 그는 FSB가 환경보호론자들을 탄압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사람들은 FSB의 권한이 강화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연방안전국은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사람을 모두 감옥에 보내려는 것이다"
정치학자 파벨 포드빅은 말한다.
포드빅과 함께 저술활동을 한 35세의 동료학자 이고르 수트야진은 영국자문회사를 위해 군사 문제에 관한 홍보자료를 수집한 혐의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러시아의 민권운동가들은 ‘스파이 열풍’이 비밀경찰 FSB의 무능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즉 진짜 스파이를 잡는 것이 아니라 무고한 사람들에게 누명을 씌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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