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해를 맞는다. 두텁던 달력의 마지막 한 장이 떨어져 나가면서 2000년은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어제와 오늘의 의미는 일상의 삶에서도 다르다. 한 해가 새롭게 시작되고, 거기에 새로운 백년이 더해진다. 분명히 어제와 달라야한다. 지난 백년의 시간과도 달라져야 한다.
새로운 세기가 시작된 오늘은 또 새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 변화는 다름 아니다. 이 땅에 한인 이민의 뿌리가 내린지 백년, 이제는 나그네의 삶을 접고 주인으로서 당당히 살아 나가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이다. 다민족 사회의 성숙한 일원으로서 미주류 사회 건설에 적극 참여하라는 능동적 변화에의 요구다.
"20세기가 뉴욕의 세기라면 21세기는 LA의 세기다" 미국이라는 거대한 사회를 뒤흔드는 변화의 중심축이 바뀌었다는 의미다. 지난 세기의 변화가 대서양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변화였다면 새 시대, 21세기가 맞이할 변화는 태평양을 중심축으로 하는 변화요, 그 변화의 주역은 아시아계를 중심으로 한 새 이민그룹이 맡게 된다는 뜻이다.
세기적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그 변화의 대해일은 태평양시대의 관문 캘리포니아를 먼저 덮쳤다. 제3의 이민러시와 함께 백인은 다수의 자리에서 물러나고 아시아계등으로 대표되는 소수계가 주역의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20세기의 끝자락에 캘리포니아에서부터 일기 시작한 이 대변화의 물결은 새 세기가 펼쳐지면서 미전역으로 급속히 확산될 기세다.
이와 함께 정치·사회·경제·문화, 심지어 언어전통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에 엄청난 변화의 파장이 몰아치고 있다. 이 거대한 파장은 변혁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이라는 공동체를 떠받들고 있는 모든 구성원에게 새 문화 창조에 적극 참여할 것을 요구하는 시대적 변혁이다. 이는 커뮤니티의 생존과도 직결된다.
미주 한인사회는 오늘날 200여만의 거대한 사회로 성장했다. 한 세기전 사탕수수밭 이민으로 시작된 한인 이민은 한마디로 ‘질풍과 노도’의 세월을 지내왔다. 앞만 보고 달렸다. 그 결과 거대한 타운이 건설됐다. 한인들의 땀과 눈물이 결실을 거둔 것이다. 그러나 장벽도 쌓아왔다. ‘더불어 사는 삶’이 아닌 ‘우리만의 삶’안에 스스로를 가두었던 것이다.
성장은 성숙을 동반해야 한다. 성숙이 없는 팽창은 이기적 배타주의를 배태한다. 한인 사회는 인종폭동 등의 뼈아픈 경험을 통해 성숙의 교훈을 터득했다. 보다 진지하게 이웃을 돌아보는 삶이다. 이는 다민족 사회의 구성원 모두에게 요구되는 삶의 자세다. 이민 한세기를 맞는 한인 커뮤니티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삶의 자세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우리가 변해야 한다. 생각이 변해야 한다. 삶의 형태가 달라져야 한다. 비즈니스의 현장도 변해야 된다. 스스로 쌓아온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 모든 것이 이웃을 향해, 주류사회를 향해 열려야 한다. 시대는 더군다나 디지토피아(디지틀과 유토피어의 합성어)와 인터넷의 시대다. 국가간의 장벽도 허물어지고 있는 시대인 것이다. 숨가쁜 변화에 적응하며 더불어 사는 지혜가 필요한 시대다.
그렇다고 맹목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내 목소리를 내면서 함께 어울리는 심포니의 질서에 스스로 참여하는 변화다. 이는 다민족 사회 미국을 살찌게 하는 영양소다. 새로운 에너지다. 한인의 전통, 가치관을 미국 문화에 접목시켜 다양성을 더 해주는 새 문화 창조에 적극 나서는 능동적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새해가 됐다. 새 세기를 맞았다. 그러나 시간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늘 떠오른 태양은 어제의 태양이다. 우리가 달라져야 한다. 어제와는 분명히 달라져야 하는 오늘, 늘 새로운 오늘을 가꾸는 것은 시간이 아니다. 우리다. 이제 우리는 큰 꿈과 희망을 안고 새로운 출발점에 섰다. 그 출발점은 미국 사회 건설의 한 부분을 담당하고자 하는 출발점이다. 다시 시작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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