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기 경기확장 기록과 함께 한 세대만에 가장 우호적인 여건을 만들어낸 미국 경제가 2000년 하반기부터 눈에 띄게 서행하고 있다. 완전에 가까운 고용 수준, 흔적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낮은 인플레이션, 2000년 초까지만 해도 무한정 오르기만 할 것 같이 보이던 주식가격 등은 기업투자와 소비를 지나칠 만큼 자극했었다. 경기가 한참 좋을 때는 경제가 마치 열반 지경에라도 이른 듯이 경기 순환법칙은 파기되고 불경기는 가능성조차 희미한 것처럼 느껴진다.
경기과열 기미를 눈치챈 연방 준비은행은 1999년 6월부터 1년 이상 걸쳐서 여섯 차례나 금리를 상향조정하며 경기하향 조작을 시도한 끝에 경제 각 부문에서 기대했던 호응을 이끌어내 현재 성장속도 둔화를 경험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고용자료에서 경기 서행 추세를 재확인할 수 있다. 지난 12개월 이상 3.9~4.1%를 오르내린 실업률은 2000년 11월에도 4.0%에 머물었지만 고용증가 인원수는 10만명이 채 안됐다. 이는 매달 20만명씩 늘어났던 과거 2년동안의 추세와 비교할 때 반정도 수준밖에 안 된다. 노동 시간도 1998~99년 추세보다 낮은 주당 34.3시간에 불과, 고용주들이 경기 서행에 대비하여 근무시간을 줄이고 있음이 확인됐다.
실업과 고용지수는 현재까지의 경제상황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지만 장래 경기전망을 재는 지수는 아니다. 미래 경제를 가늠하는데 도움이 되는 각종 소비자 서베이 데이타 가운데서 중요한 것으로 소비자 신뢰지수를 꼽을 수 있다. 2000년 12월 조사한 미국의 소비자 신뢰지수는 전달에 비하여 9%나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경기둔화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현재 진행중인 경기서행의 속도는 어느 정도이며 불황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얼마나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2001년에 미국경제가 불황에 빠질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최종 수치는 나와 있지 않지만 2000년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약5%가 될 것으로 보이고 신년에는 이보다 크게 낮은 3.3%가량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이유는 작년도에 매우 활발했던 기업투자, 특히 전통신 부문 투자가 둔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대로 3%를 상회하는 경제 성장률을 이룩한다면 중앙은행이 바라는 연착륙(soft landing)에 성공하는 셈이다.
만약 신년도 초반부터 경제성장률이 3%선으로 약화될 기미가 보이면 중앙은행은 금리인하 작업에 착수할 것이고 2001년 중반쯤에는 단기 금리를 현행 6.5%에서 6%로 내릴 가능성이 다분히 있다. 첫 단계로 1월30일에 열리는 연방준비은행 공개시장 협의회(FOMC) 회의에서 단기금리를 0.25% 내리게 될 것으로 보이며 그 뒤 6월까지 다시 0.25% 내릴 것 같다. 이렇게 되면 금리수준에 민감한 소비 활동과 주식시장은 활기를 되찾게 된다.
지난 수년간 평균 5%이상씩 성장해오던 소비증가율 또한 신년에는 3%대로 하락하게 될 것 같다. 신형 모델 자동차 구입을 비롯, 각종 소비 수준이 과거 3년동안 엄청나게 늘었으나 새해부터는 정상수준으로 되돌아갈 전망이다. 경기 완화에 따른 가격 경쟁은 물가수준의 안정을 도모할 것이다.
작년에 미국의 소비자들은 고금리·고유가·저주가 등 세 가지 고통을 견뎌야 했다. 이들 경제 3악재로 말미암아 후반기 소비 활동은 크게 위축됐으나 금년에는 세가지 모두 개선될 조짐이기 때문에 더 이상 소비를 강타할 것 같지는 않다. 따라서 소비 약세추세는 금년 중반경이면 끝날 것으로 예상되며 하반기부터는 소비활동이 제 페이스를 되찾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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