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임상조사에서 부모가 자녀들을 똑같이 대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 사례를 자주 본다. 부모들은 흔히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 있느냐"고 항변한다. 그러나 손가락에 따라서 정도를 약하게 혹은 방식을 다르게 깨물기 때문에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있을 수 있다. 많은 정신건강 학자들과 임상의들은 모든 부모가 자녀들을 각각 다르게 대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면 어머니가 첫째 아들이나 둘째 딸과는 거리낌없이 대화를 잘 하면서 막내딸에게는 말을 잘 걸지 않는다거나 막내아들을 부를 때는 목소리가 부드럽고 나긋나긋한 반면 첫째아들을 부를 때는 마치 화를 내는 듯하다는 불평을 듣는다.
또 "아빠가 언니를 포옹할 때는 꼭 껴안아요. 그런데 나를 안아줄 때는 아빠의 어깨가 굳어지고 억지로 하시는 것 같아요"라고 막내딸이 불평한다면 대체로 이들의 항변이나 느낌이 맞다고 해석해야 한다. 아버지가 첫째딸을 포옹하기 위해 옆에 서있는 동생도 곁다리로 껴안아 주지만 편안하지 못한 행동을 하려니 어깨가 경직될 수밖에 없다. 자연히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차별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치료자(therapist)들이 가족치료나 개인치료를 통해 가정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런 장면들을 하나 하나 짚어서 보여 주면 부모들은 자신들이 자녀를 다르게 대하며 사랑의 정도 역시 차별을 뒀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무척 놀라워한다. 부모는 자신의 무의식적 행동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부모는 무의식적으로 자식들을 차별대우하는 것일까? 부모 역시 콤플렉스를 갖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가령 어머니가 싫어하는 자신의 의존적이고 약한 성격을 막내딸에게서 발견하였을 경우 어머니는 자신도 모르게 막내딸을 무시하거나 피하는 태도를 보이게 된다. 또 아버지가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맏아들 대접을 못 받았거나 동생들로부터 무시 받았을 경우 맏아들을 자기와 동일시(identification)하여 더 사랑하게 되고 작은아들은 푸대접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성경에서 보면 창세기 때부터 아담과 이브는 맏아들 카인보다 둘째아들 아벨을 더 사랑한 나머지 인류최초의 형제살해라는 비극의 씨를 뿌리는 동기를 제공했다. 부모가 주는 사랑의 정도가 다름에 따라 형제간에 갈등과 경쟁이 생기게 된다. 어느 한편이 자신보다 더 사랑을 많이 받는다고 느끼면 자신이 받을 몫을 빼앗겼다고 느끼게 되고 결국은 상대가 미워지게 마련이다. 뿐만 아니라 부모의 차별적인 사랑은 아이들로 하여금 ‘야뇨증’이나 대인관계 장애와 같은 문제를 일으키게도 한다.
부모는 각각의 자녀들을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다르게 대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아이의 그릇된 행동의 원인을 아이에게만 돌리지 않게 되며 부모 스스로 불평등한 태오를 고치려는 노력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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