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성근-방은진커플 ‘해피엔드’ 한석규의 ‘박하사탕’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데..
캐스팅은 어느 곳에서나 어렵다. 대통령부터 하다못해 꼬마 반장 뽑는 것도 ‘캐스팅’의 일종이라면 정말 잘해야 된다. 괜히 감투 씌어놓고 욕하기 싫으면.
이런 마당에 TV 드라마나 영화에서 캐스팅 어렵다고 하는 것은 당연하다.
미스 캐스팅 하나가 모든 것을 수포로 돌리고, 나아가 엄청난 피해까지 안겨주는 케이스를 우리는 수도 없이 목격했다. 영화에서도 이런 미스 캐스팅은 많다.
역으로 캐스팅을 잘 한 덕에 작품이 빛을 발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극심한 진통을 겪다 당초 계획과 전혀 다른 캐스팅으로 제작해 의외의 소득을 얻은 작품도 꽤 있다.
옛날의 미스 캐스팅을 되짚어보는 것은 부질없으므로 이 자리에선 절묘한 캐스팅으로 성공한 사례를 살펴본다.
■문성근-방은진의 해피 엔드?
전도연_ 최민식_ 주진모 주연의 <해피 엔드>는 99년의 히트작이다. 전도연_ 최민식 커플을 만들어내기 위한 과정은 정말 지난했다. <해피 엔드>의 기획사는 신생 영화사인 청년필름. 정지우 감독을 비롯한 젊은 영화인 몇 명이 의기투합해 영화사를 만든 뒤 창립 작품으로 <해피 엔드>를 기획했다.
그리곤 첫 시나리오를 문성근과 방은진에게 건넸다. 감독이 두 배우를 워낙 좋아한 때문이었다. 이 안은 내부 반대에 부딪쳤다. 다음 안이 최민식과 전도연이었다.
시나리오를 세 번이나 건넸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출연을 거절했다.
제작 과정이 지지부진 해지며 청년필름 인력이 명필름에 들어가 제작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후 캐스팅이 순조롭게 됐고, 그 결과 캐스팅은 ‘해피 엔드’. 문성근과 방은진이 출연했다면 <해피 엔드>는 많이 달랐을 것이다.
■설경구 대신 한석규였더라면
작년에 <공동경비구역 JSA>와 함께 한국 영화 수준을 대폭 끌어올렸던 <박하사탕>(이스트필름, 이창동 감독)은 설경구라는 뛰어난 배우를 배출했다.
소름돋을 정도로 사실적인 그의 연기가 없었다면 <박하사탕>의 감동 또한 없었을 것이다.
설경구란 존재 덕택에 <박하사탕>이 가능했다는 평은 적절했다.
하지만 설경구가 낙점 받기까진 상당한 진통이 있었다. 캐스팅 단계에 일부에서 한석규를 강력하게 주장했다. 한석규의 연기력과 개성 만이 <박하사탕>에 어울린다는 주장은 상당한 세력을 형성했다.
그러나 이창동 감독이 고집을 부렸다. 무명이나 마찬가지였던 설경구를 써야 된다고.
한석규가 캐스팅됐더라면 <박하사탕>은 흥행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설경구로 인한 리얼리티는 없었을 것이다.
■사이코가 되고 싶다는데
얼마 전 국내 개봉했던 할리우드 영화 <아메리칸 사이코>는 미국 여피족의 광기를 그린 작품이다. 제작 단계에서 기획과 시나리오의 우수성이 널리 알려져 살인마 주인공 역을 탐낸 배우들이 꽤 많았다.
그 가운데에서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가장 적극적이었다. 제작자도 강력하게 디카프리오를 고집했다. 흥행배우가 자기 작품을 탐낸다는데 이를 마다할 바보 제작자가 있을까.
하지만 여자인 메리 해론 감독의 고집은 더 셌다. 디카프리오를 캐스팅하면 연출을 하지 않겠다고 벼텼고, 결국 감독이 이겼다. 그래서 감독 고집대로 크리스천 베일이 주인공으로 캐스팅해 저예산 영화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아메리칸 사이코>는 작품성을 인정받는 대신 흥행에선 고개를 숙였다.
정경문 기자 moonj@daily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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