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 칸 국제 영화제
▶ 나홍진 SF영화 ‘호프’ 황금종려상 정조준
▶ 연상호의 ‘군체’와 정주리의 ‘도라’ 초청

제79회 칸 국제영화제가 개막한 12일 심사위원장인 박찬욱(가운데) 감독을 비롯한 심사위원단이 자리를 함께 했다. [로이터]

나홍진 감독이 10년 만에 내놓은 SF 대작 ‘호프’ [칸영화제 제공]
한국 영화사에서 가장 찬란한 기록으로 남을 제79회 칸 국제영화제가 지난 12일 프랑스 남부 도시 칸에서 막을 올렸다. 거장 박찬욱 감독이 한국인 최초로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에 위촉되었고 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HOPE)가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두고 경합을 벌이고 있다. 경쟁 부문 외에도 연상호 감독의 영화 ‘군체’가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되었고 정주리 감독의 ‘도라’는 감독주간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영화제는 프랑스 감독 피에르 살바도리의 ‘더 일렉트릭 키스’로 성대하게 개막했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로 판타지 블록버스터의 새 지평을 열었던 피터 잭슨 감독과 배우·감독·제작자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올해 명예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게 된다.
■ 나홍진의 귀환·일본 영화의 저력
올해 한국 영화의 기세는 경쟁 부문을 넘어 영화제 전반을 아우른다. 나홍진 감독이 ‘곡성’ 이후 10년 만에 내놓은 SF 대작 ‘호프’는 고립된 항구마을 호포항 외곽에 정체불명의 존재가 찾아오며 벌어지는 사투를 그린다.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 등 국내 최정상급 배우들은 물론, 마이클 패스벤더와 알리시아 비칸데르 등 할리웃 스타들까지 가세하며 장르적 경계를 허문 압도적 스케일을 예고하고 있다. SF 장르로의 대담한 전환에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맞서는 일본 영화계의 공세도 거세다. 일본의 3편 경쟁 진출은 2000년대 이후 일본 영화의 가장 강력한 칸 출정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먼저 칸이 사랑하는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신작 ‘상자 속의 양’으로 다시 한번 경쟁 부문을 찾았다. 아야세 하루카가 주연을 맡은 이 작품은 죽은 아들을 닮은 휴머노이드를 마주하게 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고레에다 특유의 휴머니즘과 현대 사회의 고독을 깊이 있게 파고든다. ‘드라이브 마이 카’로 칸 각본상와 아카데미 국제영화상을 휩쓸었던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신작 ‘서든’과 후카다 코지 감독의 ‘나기 노트’ 역시 경쟁 부문에 초청되어 일본 영화의 저력을 과시했다.
장르 영화의 쾌감을 극대화한 작품들도 칸의 밤을 밝힌다.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연상호 감독의 ‘군체’는 정체불명의 생명체와 그에 맞서는 인간 군상을 다룬 작품으로, ‘K-장르물’의 정점을 보여줄 예정이다. 감독주간에 진출한 정주리 감독의 ‘도라’는 상처 입은 인물들의 심리를 정교하게 파고드는 작가주의적 시선을 유지한다. 주연 배우 김도연의 강렬한 연기 변신과 함께 한국 영화의 섬세한 심리 묘사를 전 세계에 선보인다. 일본 역시 거장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국루성’이 칸 프리미어 부문에, 소데 유키코 감독의 ‘모든 밤의 연인들’이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이름을 올리며 전 부문에 걸쳐 탄탄한 진용을 갖췄다.
■ 칸의 황금종려는 어디로 향할까
올해 황금종려상을 두고 경합을 벌일 경쟁 부문 라인업은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하다. 폴란드의 거장 파벨 파블리코프스키가 선보이는 역사 서사극 ‘파더랜드’는 비극적인 역사의 소용돌이 속 개인의 고뇌를 치밀하게 그려내 강력한 후보로 손꼽힌다. 루마니아의 크리스티안 문쥬 감독은 신작 ‘피오르’를 통해 현대 사회의 도덕적 딜레마를 날카롭게 비판하며 다시 한번 수상을 노린다. 여기에 러시아 감독 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의 ‘미노타우로스’ 역시 권력과 부패의 본질을 묵직하게 파고들며 평단의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그리스 신화의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제목으로 삼아 즈비아긴체프 특유의 웅장하고 서늘한 화면, 국가 권력에 대한 냉청한 비판, 그리고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파헤치는 작품이다. 할리우드 최정상급 배우 세 명을 한 화면에 담은 제임스 그레이의 신작 ‘페이퍼 타이거’, 자국어로의 복귀를 선언한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도발적 젠더 서사 ‘비터 크리스마스’, 그리고 유럽 여배우 전설 두 명의 이례적 동반 출연을 이끌어낸 아스가르 파르하디의 ‘페러렐 테일즈’까지, 각 작품은 독자적인 화제를 몰고 다닌다.
현지 영화 전문가들은 나홍진 감독의 ‘호프’가 지닌 독창성과 장르적 파괴력에 주목하며 수상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상자 속의 양’이 보여준 정교한 심리 묘사 역시 황금종려상감이다. ‘파더랜드’ 역시 유럽 편단의 두터운 지지를 받고 있으며 칸 수상 감독인 루카스 돈트의 ‘코워드’와 즈비아긴체프의 ‘미노타우로스’도 심사위원단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심사위원장 박찬욱 감독이 아시아 영화 특유의 미학을 가장 잘 이해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올해 한국과 일본 영화가 거둘 성적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국 영화가 단순한 초청을 넘어 심사의 기준이 되고 최고상을 다투는 주류로 우뚝 선 2026년 칸 국제영화제. 박찬욱 위원장이 선언할 황금종려상의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하은선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