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 빈부촌 두 초등학교, 경매 공동 주최
워싱턴의 부촌인 노스웨스트 커뮤니티에 자리잡은 버나드 재니 초등학교 학부모들은 매년 경매, 도서박람회 및 다른 활동을 통해 16만달러쯤을 모금한다. 이 돈으로 공립학교에 배정되는 예산으로는 꿈꾸기 힘든 풀타임 간호사, 연극교사, 컴퓨터 같은 것을 마련한다.
그러나 이 학교에는 자기들보다 못사는 지역의 PTA들이 모금하는 돈은 훨씬 적으므로 시간이 갈수록 학교간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에 마음이 편치 않은 학부모들이 있었다. 이들은 그러한 차이를 줄이고 또 그러는 사이에 한 도시에 살면서도 경제적으로, 인종적으로 크게 차이나는 이들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뭔가를 하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애나코스티아강 건너 사우스이스트 지역에 자리잡은 앤 비어스 초등학교의 근로계층 학부모들에게 공동 경매를 실시하자고 제안했다. 비어스학교는 작년에 피자와 캔디를 팔아서 겨우 2만달러를 마련했지 경매 같은 것은 해본 적도 없었다.
몇 달간의 준비를 거친 그 경매가 지난 주말에 열렸다. 세계은행 건물 안마당에서 열린 경매에서 오리고기 파테와 닭고기 파히타를 먹으며 부모들은, 딱 반씩 나누기로 한 경매수익이 올라가는 것을 놀래서 지켜봤다.
그러나 "돈은 나중 문제"였다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이 일을 준비하면서 그렇지 않았으면 사귀기는커녕 만나보지도 못했을 아이들과 어른들이 공동 작업을 한 것이 더 의미있었다는 것이다. 비어스교 6학년생인 데스티니 로빈슨은 "나는 우리가 마틴 루터 킹의 꿈을 실현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는 백인과 흑인 아이들이 같이 놀기를 원했는데 정말 백인과 흑인 아이들이 같이 놀고 있거든요. 마틴 루터 킹은 그것 때문에 죽었는데 여기서 이뤄지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도 그럴것이 재니는 재학생 430명중 76%가 백인이고 저소득층은 고작 3%에 불과한 학교인 반면, 560명이 재학하는 비어스는 거의 100%가 흑인이며 60%가 저소득층이다.
이 경매 준비를 위해 부모들은 두 학교의 6학년 학생들에게 공동과제를 냈다. 스쿨버스로 양교를 오가면서 워싱턴기념관 모양의 시계를 만들게 한 것. 이 시계는 1만달러에 경매됐고 아이들은 작업이 끝난 뒤에도 같이 놀고 전화번호와 e 메일 주소를 교환했다.
처음 이 공동경매를 제안하고 다른 학부모들을 설득한 재니 학부모 바바라 매과이어 슬로스는 "강은 건너 비어스에 갈 때 정말 흥분했어요. 그 버스에 탄 아이들중에는 파리나 로마, 런던에는 가봤지만 애나코스티아강은 한번도 건너보지 않은 아이들이 많았지요"
학부모들도 모두 마음이 편했던 것은 아니었다. 비어스 학부모 그렉 레트는 "재니의 엄마들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부자들이 많아 학교 모금행사 준비 같은 것을 할 시간이 있었지만 우리들은 기증품을 모으고 경매준비할 시간을 내는 것부터 고생스러웠어요"라고 말했다.
그래도 부모들은 함께 일하면서 서로 편안해지고 우의를 갖게 됐다. 서로의 집에서 모이곤 했던 이들은 두 학교간 공동 피크닉이나 교환 프로그램도 고려중이다. 또 자기들처럼 더 많은 부촌 학교들이 빈촌 학교와 공동 경매 같은 행사를 하기를 바란다.
서아프리카제 바틱 벽걸이부터 델라웨어주 리호봇 해변가 콘도사용권까지 다양한 것들이 출품된 이날 경매에서는 교사가 샤프런하는 엠버시 스위츠 호텔에서의 슬럼버 파티가 2000달러, 그린브리어 리조트에서의 2박 상품권이 1250달러, 앤소니 윌리암스 시장과의 점심식사는 1000달러에 팔렸다.
670여건이 경매되고 나서 헤아린 수익은 약 13만달러. 반으로 나누어도 재니까지 작년 경매수익금 5만달러보다 더 많은 돈을 번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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